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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미래] 초대형 여객기 'A380'…첨단기술 날개 단 '하늘 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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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시간 반 정도 이동하면 유럽 항공기 공업의 중심지 툴루즈가 나타난다. 인구 50만명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여객기 제작 업체인 '에어버스(Airbus)'의 본사와 최종 조립 공장이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 툴루즈에서는 항공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초대형 항공기' A380의 마무리 작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00년 120억달러를 들여 개발에 착수한 A380은 '하늘을 떠다니는 유람선' '수퍼 점보 제트기' 등으로 불린다. 555석의 좌석이 완전 2층 구조다. 지금까지 최대 여객기였던 보잉747(420석)을 가볍게 제쳤다.

에어버스의 국제홍보담당 데이비드 포스쿨은 "보잉747에 비해 면적을 49% 늘린 반면 좌석은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나머지 14%의 여유공간을 항공사와의 계약을 통해 편의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시설을 좌석으로만 채우면 최대 840석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본사 내에 마련된 A380 실모델 전시장은 미래의 여객기를 충분히 그려줬다. 조종석 바로 뒤쪽의 1층 출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화사한 분위기의 바가 차려져 있다. 바 뒤쪽의 일등석은 보기에도 편안한 디자인으로 방향을 이리저리 바꿀수 있어 비즈니스 상담이 가능하다. 승객은 순항 도중 언제든 인터넷.전화 접속이 가능해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1'이 부럽지 않다. A380은 면세품을 팔기 위해 승무원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1층 뒤쪽에 상설면세점이 차려져 있기 때문이다. 2층 뒤쪽의 이코노미 클래스 전용의 라운지는 버튼 하나로 대형 액정화면과 조명을 조절, 다양한 분위기의 연출이 가능하다. 이 같은 여유공간은 스낵바.라운지.헬스클럽.회의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나는 호텔'이 따로 없다.

에어버스는 다음달께 첫 최종 조립에 들어가 내년 초 시험비행을 한 뒤 2006년 2분기께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첫 비행에 나설 항공사는 가장 먼저 계약을 한 싱가포르 에어라인이다. 에어버스는 이미 129대의 A380 판매계약을 했다. 대한항공도 최근 에어버스와 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07년 말부터 인수키로 했다. 한대의 기본가격이 2억6000만달러(약 3120억원)다.

엄청난 비행기 몸체를 공중에 띄우기 위해서는 무게에 걸맞은 추진력을 갖추거나 무게를 줄여야 한다. A380의 경우 무게를 가볍게 해 연료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 날개를 안고 있는 윙박스 등 동체 주요 부분의 소재를 알루미늄이 아닌 탄소섬유로 대체했다. A380은 탄소합금 40%가 처리된 첫 여객기로 기록됐다. 동체의 윗부분은 알루미늄과 유리섬유를 혼합한 소재를 사용, 기존의 알루미늄 소재에 비해 10% 무게를 덜 수 있었다. 여러가지 노력 끝에 기존 항공 소재로 만들었을 경우에 비해 총 240t을 빼는 데 성공했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이 무게는 보잉747에 비해 10~15t 덜 나가는 수치"라며 "최대 항속거리가 보잉747(1만4240㎞)에 비해 500㎞ 이상 긴 1만5000㎞로, 연료의 효율 면에서 15% 정도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A380에 탑재될 예정인 엔진(롤스로이스 등 제작)은 동급 엔진에 비해 13% 정도 연료를 덜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터빈 내의 굴곡이 심해 보다 많은 양의 공기를 엔진 속으로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A380은 한명의 승객이 100㎞를 가는 데 3ℓ 미만의 연료를 사용하는 최초의 비행기이기도 하다. 소음도 60dB 이하(70dB 정도면 말초 혈관에 수축 반응이 일어나며 청력 손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줌)로 대폭 줄여 여러모로 환경친화적이라는 주장이다.

비행기 동체의 아래.위를 붙이는 데도 새로운 공법이 채택됐다. 기존의 리벳 대신 레이저빔을 사용했다. 무게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분에 8m를 붙이는 등 작업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무게 중심이 6% 정도 뒤로 옮겨져 수직안정핀의 넓이를 40㎡ 축소, 무게를 추가로 줄일수 있었다.

또한 에어버스가 만들고 있는 모든 비행기에서 채택하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 by wire)' 방식으로 비행기 조종이 이뤄진다. '플라이 바이 와이어'는 기계적인 힘이 아니라 게임기를 조종할 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조이스틱으로 움직인다. 이는 조종사 손의 압력, 밀고 당기는 힘 등을 전기적인 신호로 바꿔 비행기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에어버스 기종을 몰아본 조종사라면 누구나 한달 정도의 훈련과정을 거쳐 A380을 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60개 국제공항과 사전 협의를 거쳐 A380과 같은 크기의 초대형 여객기가 들어와도 '이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 앞날개 뒤쪽에 붙어 있는 이착륙 보조장치인 플랩의 크기를 키워 이착륙시 활주거리를 오히려 줄였다.

툴루즈(프랑스)=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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