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업그레이드 비법 ① 개그맨 김영철의 ‘초보 탈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개그맨 김영철, 오늘은 영어 강사로 인사드립니다.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에서 ‘영철영어’ 코너를 4년째 진행하고 있고요, 계원조형예술대에서 ‘기초영어 초급’을 가르친 적도 있답니다. 얼마 전엔 『뻔뻔한 영철영어라는 책까지 냈어요. 원래 영어를 잘했느냐고요? 설마요. 캐나다에서 열린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얼마나 답답했는지…. ‘영어 굴욕’도 여러 번 겪었고요. 그로부터 4년 반. 어학연수 한번 안 간 ‘토종 학원파’의 영어비법, 한번 따라 해 보실래요.

뻔뻔해지세요

학원 가면 어떠세요. “What did you do last night?” 너 어제 뭐했느냐고 선생님이 물어보면 “아우~” 하고 한숨부터 나오죠? 내 차례가 되기 전에 영어로 답변 준비하느라 바빠 다른 사람 대답은 제대로 듣지도 못하잖아요. “I went to Starbucks with my friends.”(친구랑 스타벅스 갔어요.) 이거 하나 겨우 만들어 놓았는데 저기서 어떤 사람이 먼저 말해버리면! “으아~” 막막해진 경험, 다들 있으시죠? 저도 그랬답니다.

자, 그런데 영어학원에서 꼭 어젯밤에 자기가 한 일 그대로 말할 필요가 있나요? 결국 말하고 듣는 연습을 하기 위한 거잖아요. 뻔뻔스럽게 얘기를 막 지어내세요. ‘고등학교 친구를 우연히 영화관에서 만났는데 걔가 성형수술을 해 못 알아보겠더라~’ 뭐 이런 식으로요. 정확한 표현을 모르겠다고요? 틀리세요! ‘I go to Starbucks last night.”(나 어제 스타벅스 ‘간다’.)이라고 틀린 문장이라도 일단 말하면 외국인이 대충은 이해하지 않겠어요?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전혀 알 수 없잖아요. 일단 틀린 문장을 말하면 “Oh~ you went to Starbucks last night.”(아~ 너 어제 스타벅스 ‘갔다’고.) 이렇게 고쳐줘 바른 표현도 배울 수 있고요. 뻔뻔하게, 일단 말을 하세요.

‘비호감’이 먹히더라고요

저는 가수 하춘화씨 흉내 낼 때처럼 막 눈을 굴리면서 팔을 쭉 뻗고 “뤼얼리?” 이래요. 진짜 ‘비호감’이죠. 쟤 왜 저렇게 오버하냐 싶으실 거예요. 근데 그게 ‘먹히는 영어’래요. ‘오버’하세요. ‘비호감’이 되세요.

제가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에 출연했을 때 탤런트 조미령씨한테 배운 게 있어요. 개그를 하다가 정극을 하니까 영 자신이 없었어요. “누나, 나 연기 한번만 봐줘” 했는데, “왜 이렇게 (목소리 톤을) 낮춰서 해? 올려! 무조건!” 그러는 거예요. 일단 올려놓고 나면 연출자 지시 따라 낮추긴 쉽지만, 낮춰 놓은 톤을 올리기는 어렵다고요. 영어도 그렇더라고요. 다들 학원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시죠? 우리말도 잔뜩 주눅 들어 말하면 잘 안 들리고 분위기도 어색하잖아요.

‘하~이!’ ‘오우!’ ‘뤼얼리!’ 막 오버하세요. 개그맨인 저도 처음엔 너무 어색했어요. 하지만 2년쯤 지나니까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영어할 때는 딴 사람으로 변신한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돼요. ‘나는 시카고 출신의 케이트다’ ‘난 워싱턴에서 온 윌이다’ 생각하고 오버 연기를 하는 거죠.

CNN반 자퇴했어요

영어 실력이 늘자 CNN/AFKN 청취반에 들어갔어요. 왠지 멋있어 보이잖아요. 그런데 매일 이라크 바그다드가 어쩌고 하는데 너무 재미없더라고요. 회화반에서 떠들고 말하고 할 땐 안 그랬는데. 영어 선생님께 “CNN을 하긴 해야 되는데 너무 재미없어서 어떡하느냐”고 물었어요. 선생님 왈, “왜 CNN을 꼭 해야 되지요? 기자도 아니고 동시통역대학원 갈 것도 아닌데” 그러시더라고요. “영철씨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말 배우고 싶다고 하면 9시 뉴스 들으라고 하나요?” 그 말씀을 듣고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대신 드라마를 보고 연예 잡지를 보기 시작했어요. 두꺼운 소설책 대신에 한두 쪽 정도로 내용이 자잘하게 나눠진 실용서를 골랐어요. 영자 신문도 다 읽지 않고 상담 코너만 봤죠. 집중할 시간이 적은 저한테 딱 맞는 방법이었죠. 읽지도 않을 ‘이코노미스트’ 들고 다니면서 잘난 척할 필요 없잖아요.

짧은 문장은 다 써서 외우고 꼭 바로 써먹으려고 했어요. 연예 잡지에서 뽑은 “My big mouth has got me a lot of trouble. That’s why I try to keep it closed.”(난 입이 싸서 문제다. 그래서 늘 다물고 있으려고 한다.)를 써먹으려고, 학원 선생님께 일부러 “아우, 아줌마 같아요” 그랬다니까요. 그 다음에 바로 “내가 입이 싸서…” 이걸 영어로 줄줄 말하니까 얼마나 놀라시던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몰라요. 개그맨이 뭐 때문에 영어에 매달렸느냐고요. 저, 이번 여름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코미디 페스티벌 무대에서 10분간 영어로 스탠딩 코미디를 해요. 빌 코스비, 짐 캐리 등이 섰던 유서 깊은 무대죠. 2003년 페스티벌에 다녀온 뒤부터 그 무대에 서는 꿈을 꿨어요. 영어는 그걸 위한 도구였죠. 그런데 영어 실력이 늘자 이젠 미국 코미디계에 진출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기네요. 2주 전 미국 미니시리즈 ‘로스트’에 출연 중인 김윤진씨의 현지 매니저와 통화했더니 힘이 나요.

여러분은 왜 영어를 공부하시나요. 내 맘대로 쇼핑하고 싶어서, 가이드 없이 여행하려고, 아이들 영어 공부를 위해… 뭐든지 좋답니다. 목표를 세우세요!

구희령 healing@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