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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2.3世체제 화교기업 휘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삼대(三代) 이상 가는 부자는 없다」.
중국의 속담이다.현대 아시아를 부강하게 만든 많은 화교 가족기업들의 기억에서 이 속담은 떠나지 않는다.작년 이맘때쯤 찰스예오에게 이 속담의 의미는 크게 부각됐다.싱가포르에서 식품 및음료업체인 「예오 히압 셩」社를 3대째 경영하 고 있는 화교가족의 구성원인 예오는 어려운 이 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친지들과격렬하게 다투고 있다.그는 회사이야기를 하면서 이 속담을 인용했지만 이 속담이 절대적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예오家는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지금 회사의 새로운 주인과 전문경영인들은 회사를 회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전기모터 제조업체인 우량기업 테코社도 친족들간의 극심한 분쟁을 겪었다.
아시아 화교기업그룹의 창업자들이 늙고 세상을 떠나면서 그 자손들은 회사의 장악과 경영방향을 놓고 분쟁에 휩싸이고 있다.가족기업들이 장기간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이런 기업들의 주식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 문에 세대간의 변화는 가족 및 지역 차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족기업 제국(帝國)들이 재편을 거치거나 분열조짐을 보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고 화교기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이런 지각변동은 화교기업들로 하여금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장기전략을 세우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화교그룹들의 경우 회사를 분리해 작은 회사로 재출발하기도 하는데 그런 기업들은 경제적으로 건강한 경우가 많다고 홍콩大의 중국기업 전문가인 그르돈 레딩은 말한다.
아시아 가족기업들의 경우 누가 경영권을 장악하느냐는 심지어 뉴욕과 런던의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지난해 대만의 포모사플라스틱그룹을 둘러싸고 80세의 회장이 사망했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돌면서 주식매각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일부 가족기업에 대한 우려는 죽음이 임박한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와 비슷하다』고 홍콩의 베어링증권 인터내셔널社의 피터 쿠르츠 상무는 지적한다.그는『누가 주인이 될지 모른다』며 『그것을 안다 해도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으며 이런 불투명함이 회사의 리스크를 높인다』고 강조한다. 가족 경영그룹이 2,3대로 내려가면서 불안정해지는 이유는 『경영권구조의 정당성이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홍콩대의 레딩은 지적한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누가 소유주인지,그리고 누가 신뢰할 만한지도자인지 분명치 않은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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