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비리, 처벌 너무 약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호 03면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원만한 협조와 원활한 조직 가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行安部 업무보고 … “정권 바뀌어도 여러 분야 비협조”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행정안전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새 정권은 지난달 25일 시작됐지만 아직도 야당과 같은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임기직 정부부처 산하기관장들의 ‘자진 사퇴 거부’ 등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또 “(취임식 날인) 지난달 25일 저녁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컴퓨터를 다시 작동하는 데도 열흘이 걸렸고, 열흘이 지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업무 인수인계에 대한 아쉬움도 표시했다.

“화성에 경찰서 하나 못 세우나”

이날 행안부 업무보고는 ‘가급적 현장에서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이례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거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도 화성을 거론하며 “화성에 가 보니 사고가 많이 나는데도 경찰서가 하나 없다. 주민에게 물어봤더니 ‘십 수년간 요청했다’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도 경찰서 하나 세우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나.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또 “취임한 이후에 (화성 문제를) 알아봤더니 ‘지금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가”라고 강하게 질타하며 “행안부가 다른 예산을 줄이더라도 (이런 문제를 즉시) 해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업무보고 후 종합교통정보센터를 찾은 이 대통령은 무전기를 통해 현장 순찰 중인 경찰관과 통화하며 농담조로 “딱지만 부지런히 떼지 마시고 웃으면서 잘 선도해 달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선 때 100만원도 안 받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 대해 언급, “기업들이 단돈 100만원도 내지 않은 참 깨끗하게 치른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이 선거 때 돈을 못 내면 당선된 사람에게 미안해 축하금을 갖다 주는 식이었는데 그런 관행이 17대 대선에서 끊어졌다. 역사적 변화”라면서 “내가 당선됐지만 돈 받은 일이 없기 때문에 제일 먼저 대기업을 만났고 여러분도 떳떳하게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 비리에 대한 처벌 규정이 너무 낮다”며 “처벌 기준을 강화해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업무보고에 이어 청와대에서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등과 한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이번에 관료 출신이 아닌 인사들이 (금융위와 공정위 위원장으로) 들어간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금융위와 공정위는 사고를 바꿔 규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