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독립 시위 중국 경찰 유혈 진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들이 14일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시위를 진압하러 접근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차량에 돌을 던지고 있다. [라싸 AFP=연합뉴스]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14일 중국의 지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수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자유아시아 라디오는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최소 두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안은 공포탄과 최루탄을 발사하고, 경찰봉을 휘둘러 시위를 강제 진압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번 시위는 티베트의 독립 봉기 49주년 기념일인 10일 라마승 100여 명의 시위로 시작됐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14일 승려와 시민들이 라싸 중심가의 상점과 경찰차·오토바이 등을 불태웠다. 익명을 요구한 관광 가이드는 “포탈라 광장으로 가고 있을 때 대포 소리를 들었다. 경찰이 광장 인근에서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라싸의 조캉 사원 인근의 번화가에 있는 대형 마트 등 상점 여러 곳에서 오후 2시쯤부터 짙은 연기가 나며 불이 났다”며 “화재가 나자 조캉 사원 앞 광장으로 많은 인파가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 폭력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들 중 일부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 있는 티베트 관련 단체인 ‘티베트 인권·민주주의 센터’는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총을 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싸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시위에 수많은 승려와 시민이 참여했으며 시내 주요 상점은 문을 닫았다. 한 시민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도시에 계엄령이 내려져 있고 중심가로 가는 모든 도로는 군과 경찰이 봉쇄했다”고 전했다. 탱크가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곳곳에서 총성도 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은 티베트 여행 금지령을 내렸다. 또 “라싸와 티베트에 있는 미국인은 그곳에서 벗어나라”며 “벗어날 수 없다면 호텔 등 안전한 곳에 머무르라”고 권고했다.

이 사태와 관련, 인도에 망명해 있는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중국 지도부는 무력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중국 정부가 무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티베트의 문화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위는 49년째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의 귀국을 기원하는 1989년 저항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올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시위는 승려들 주도로 대형 사원 세 곳에서 시작됐다. 세라 사원의 승려들은 13일 무장경찰의 철수를 요구하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중국의 군과 경찰은 라싸의 모든 사원을 폐쇄했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