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조직화수준 일본의 60년대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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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이후 산업화를 비롯한 사회변동이 급속도로진행되는 이른바 「농축된 역사」(김경동 서울대교수.사회학)를 겪으면서 사회의 조직화는 누구나 피부로 느낄만큼 진행됐다.그러나 기업.행정관청.종교단체.군대등 조직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조직 내부나 특정 조직과 이를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연구에 국한된 편이었다.
지난달 26일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열렸던 사회학회(회장 안계춘).사회사학회(회장 신용하)공동주최의 「해방후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동과 사회발전」학술대회에서는 이에 관한 연구의 시발점이될만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김필동(金弼東)충남대교수와 김병조(金秉祖)국방대학원교수가 공동 발표한 「해방후 한국사회의 발전과 사회조직의 변화」가 그것. 이 논문에 따르면 기업 또는 관청에 취업한 사람이나 학생들을 포함한 「조직생활자」가 전체 국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5년 17.2%에서 93년 48.9%로 급증,전국민의 거의 절반이 조직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전체 취업자중 피고용자 비율인 피고용률을 보면 92년 현재 61%로 한국의 조직사회화 수준은 60년대 중반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
또 60년대초까지만 해도 25만명정도였던 공무원 수도 93년현재 90만명으로,인구 1천명당 공무원수가 60년 10명내외에서 93년 20명이상으로 늘어 공무원증가율이 인구증가율을 앞질렀다고 지적됐다.
이같은 조직의 양적 확대에 대한 실증분석과 함께 두 교수는 단위부서의 증가,관리.사무직비율,법인화율등을 지표로 사회전체의관료제화도 분석했는데 결론은 예상대로 관료제화의 폭넓고도 빠른진행. 정부 중앙부처는 수립당시를 기준으로 2배이상 증가했으며60년대 이전엔 3백개미만이던 과(課)도 현재는 4배이상 늘어조직내의 구조적 분화를 거듭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구성원내 화이트칼라비율도 60년에 25.1%(전문.관리.
사무.판매직 포함)에 불과하던 것이 92년 45.4%로 늘면서사무관련직 1인당 생산직 비율이 산업화 초기의 8~10명에서 3명으로 줄어 조직내 관료제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리나라 관료제화의 특징은 그 진행속도와 함께 군대에서 시작된 파행이라는 것이 두 교수의 지적.
군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조직관리면에서 미군의 영향으로 53년 육군본부 인사관리처가 생기는등 근대적 관리체계가 도입돼 5.16군사쿠데타이후 정부주도 경제발전이 추진되는 과정에 정부.
공기업에 이어 민간기업으로 확산됐다는 것.
예를 들면 56년 민간기업으로는 첫 공채를 실시한 제일제당도60년대 후반에야 승격규정등 독자적인 인사고과제도가 채택됐으며금성사의 경우도 65년 사내 인사위가 구성되고서야 인사관리업무가 제도화된 점에 비추어 이러한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능률지상주의적이고 억압적인 군대조직이 모델이 됨으로써 한국관료제는 자연히 집권적이고 계선중심적인 성격이 형성돼 노동현장등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 논문은 분석했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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