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强震-구조대 "이런 참상은 처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완벽하게 폐허가 되어버린 네프테고르스크市.
곳곳에서 건물더미에 깔린 매몰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리고 『뚜다』(저쪽으로)『땀』(저기다)『브이스트로』(빨리)라는 소리가 들린다. 사고직후 동료의사 8명과 함께 이곳으로 투입돼 부상자를구해내고 치료하느라 손이 온통 피투성이인 한인의사 金그리고리 알렉세이비치(30.노벨리키병원 외과주임)씨는 『이런 참혹한 광경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28일 매그니튜드(M)7.5의 강진에 의한 참사이후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각지로부터 구조대들이 몰려들었지만,이들도 망연자실할 정도로 3천5백명의 90%이상이 몰사한 네프테고르스크의 참상은 극에 달하고 있다.
8백여명 구조대원과 항공기 32대.크레인등 중장비가 26대이상 투입됐지만 구조를 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많은 구조대원들이삽과 곡괭이등 원시적인 도구로 건물더미를 헤집고 있다.
네프테고르스크市 중심 레닌광장앞 문화궁전.건물안에 디스코테크가 있어 청소년들의 희생이 컸던 곳으로 폐허속에서 건져진 10대들의 시신이 대강 수습된 채 여기저기 놓여있다.
낚시를 가는 바람에 참사를 면했다는 이바노프(73)노인은 『나이 많은 내가 먼저 죽어야하는데 아들.손자.며느리가 모두 죽었으니 어떻게 하느냐』며 오열했다.
네프테고르스크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도중 갑자기 『와-』하는 함성이 들렸다.건물더미속에 묻혀 손만 삐죽이 나와 있는 생존자를 12시간 작업끝에 막 구조해낸 것이다.
구조도 문제지만 시신수습 또한 보통 문제가 아니다.시신을 수습할 유가족이 적을뿐 아니라 살아 남은 가족도 부상을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훼손된 시체의 신원을 확인해줄 경찰과 교사들도 대부분숨져 시체수습이 더디다.
건물더미속에서 구조된 부상자들과 시신들을 분류,유주노사할린스크.네벨스크.하바로프스크 등지로 보내고 있다.그러나 하바로프스크등 본토병원으로 부상자를 수송하는 데 차질이 적지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