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수차례 미스샷 … 카메라 셔터 소리에 ‘뿔난 탱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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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경주가 파 4인 3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이 홀에서 최경주는 갤러리가 수풀에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두 차례나 어드레스를 풀었다. [사진=김태성 기자]

‘탱크’가 뿔이 났다. 13일 제주 핀크스 골프장(파 72·7345야드)에서 개막한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1라운드. 1언더파 공동 40위로 첫날 경기를 마친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먹구름이 잔뜩 낀 이날 제주도 날씨 같았다.

최경주는 갤러리의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몇 차례 미스샷을 했다. 3번 홀(파 4)에선 티샷을 하려던 순간 한 갤러리가 숲에서 달려 나오는 바람에 두 차례나 어드레스를 풀어야 했다. 9번 홀(파 5)에선 핀까지 87야드를 남기고 세 번째 샷을 하는 순간 바로 옆에 있던 관중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 탓에 뒤땅을 쳤다. 그는 이 홀에서 보기를 했다.

이날 최경주를 따라다닌 갤러리는 200여 명.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최경주는 버디를 5개나 잡아냈지만 보기 2개에 더블보기도 1개를 범했다. 한꺼번에 2타를 까먹은 것은 7번홀(파4).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공이 갈대 숲에 빠졌다.

최경주는 경기를 마친 뒤 무뚝뚝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갤러리 때문에 방해를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린 뒤 이렇게 말했다.

“팬들이 많이 오셨는데 샷을 하는 순간 사진을 찍는 행동은 자제해줬으면 한다. 그렇지만 나를 보러 오신 분들인데 내가 이해해야 하지 않겠나.”

세계랭킹 5위 다운, 대범한 코멘트였지만 속마음은 편해 보이지 않았다. 최경주는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샷 감각이 좋기 때문에 언제든지 5~6언더파를 칠 수 있을 것”이라며 “내일부터 스코어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코 일로넨(핀란드)과 토니 캐롤란(호주)이 각각 5언더파를 쳐 공동선두에 나선 가운데 최경주와 함께 라운드한 재미교포 앤서니 김(나이키골프)은 4언더파로 황인춘(토마토저축은행)·가타야마 신고(일본) 등 8명과 함께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했다.

앤서니 김은 “KJ(최경주의 애칭)와 함께 라운드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많은 한국팬을 만나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글=정제원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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