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상 최고 실적 한국 플랜트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한국 플랜트 산업이 신화를 창조했다고 자축하는 건 시기 상조입니다.”

GS건설의 우상룡(56·사진) 사장이 한껏 들뜬 플랜트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우리나라 플랜트 업체들은 지난해 400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돌파하며 4년 만에 10배 넘게 성장한 가운데 나온 쓴소리다.

그는 1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 연사로 나와 ‘한국 플랜트 산업 신화창조의 허와 실’에 관한 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유가 급등으로 전 세계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면서 한국 업체들의 수주가 크게 늘었지만 JGC와 테크닙 등 미국·유럽의 선두업체들의 수주 규모는 우리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 이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 관계자는 “플랜트 시장 여건이 좋을 때 전문인력을 기르고 연구개발에 힘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편”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키워 일본 업체와의 격차는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표 내용.

중동 지역은 전 세계 플랜트 시장의 10%에 불과하다. 북미와 유럽 지역이 절반 이상(55%)인데, 이들 지역의 진입이 어렵다. 신흥개발지인 중동보다 플랜트 수주 요구 조건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공사는 대부분 선진 회사들의 몫이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120억 달러짜리 대형 석유화학 공장 입찰을 앞두고 한국 업체는 제외한다고 발표했다.기술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달았다. 한국 업체의 기술 수준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

한국 업체들은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정유와 석유화학 분야 중심으로 수주해 왔다. 선진 업체들은 유가 변동의 영향을 덜 타는 가스와 해양·자원 개발 등 다양한 사업 구성을 자랑한다. 가스 플랜트의 경우 수주 가능한 회사는 세계적으로 8곳에 불과하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뚫으면서 중국·인도 등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글로벌 기업을 적극 인수합병(M&A)해야 한다. 프랑스 테크닙의 경우 1999년 이후 네 차례의 M&A를 성사시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강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중동 중심에서 벗어나 남미와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