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때‘반외자 정서’… 외국인 투자 3년 연속 내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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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3년 연속 내리막 길을 걸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외국인 직접 투자는 모두 570억 달러로 외국인 증권 투자(3443억 달러)의 6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 직접 투자는 4억9000만 달러에 그쳤다. 국내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드는 외국 기업의 투자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고비용 구조 탓이지만 전문가들은 까다로운 규제와 이 시기에 불어닥친 반외자 정서를 큰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국제 투자 현황’에 따르면 2003~2007년 5년 간 외국인 투자는 모두 5414억1000만 달러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경제성장에 기여도가 큰 직접 투자는 569억1000만 달러로 10.5%에 그쳤다. 나머지는 주식·채권에 굴리는 유가증권 투자와 해외 차입이었다. 한은은 지난해 외국인 채권 투자가 급증해 상대적으로 직접 투자의 비중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KOTRA 곽동운 투자전략팀장은 “고비용·고임금 구조가 자리 잡았고 영어에 능숙한 엔지니어가 적어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KOTRA는 또 외국인 직접 투자 가운데 절반이 이미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 기업의 증설·증액 투자이므로 이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양수길 원장은 최근 ‘외국인 직접 투자 활성화 건의문’을 발표하면서 외국 기업을 괴롭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규제·노사관계·조세제도를 꼽았다. 양 원장은 또 건의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괴롭히는 반외자 정서가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외 차입을 포함한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8185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또 우리나라의 대외 채무는 3806억6000만 달러며 이 가운데 단기 외채가 1587억4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전체 대외 채무에서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1.7%로 전년에 비해 2%포인트 낮아졌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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