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通監査가 말해 주는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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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통신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국가기간통신망의 파업여부에 신경이 곤두선 국민의 마음을 더욱 쓰라리게 만들었다.감사결과 이른바 「노조 영합성」경영 때문에 예산의 변칙사용과 낭비가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이 거대한 공기업은 결국 노조 뿐만 아니라 경영진 자체도 큰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통신의 경영진 교체여부는 솔직히 말해 누구로 바뀌건 흥미없다.그러나 국가기간통신사업을 독점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의 경영이 특정분야에서 난맥상을 보였다면 이 회사의 주인이자 고객인국민들은 당연히 관심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르면 거액의 수선유지비를 이사회의 의결없이포상금으로 썼고, 전임(專任)노조원의 숫자와 경비도 규정을 위반해 초과했다.더구나 정부차원의 정책결정 사항인 민영화에 관한사안까지 단체협약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은 경영 진의 결정적인 잘못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통 경영진은 노조요구에 끌려다닌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불가피한 대처였다고 변명할지 모른다.그러나 원칙을무시한채 노조와 탈없이 임기를 보내자는 식의 끌려가기 경영이 실은 오늘의 한통사태를 부른 한 원인이 아닌가.
이 문제에 관한한 정부도 명백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다시 말해 이 거대 공기업의 효율경영을 위해 경쟁체제의 도입과 부분민영화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장거리전화에 데이콤이라는 경쟁체제가 도입된 이후 요금도 싸지고 서비 스도 좋아졌다고 평가받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거대 공기업의 경영부실은 그대로 국민의 부담으로 넘어온다.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예산을 낭비하고,후일 분규 확대의 불씨를 남기는 기업에 이번 한통사태는 큰 교훈을 남겼다.
당장 힘이 들더라도 노조의 몫과 경영자의 몫을 명 확히 구분해야 한다.노조도,경영자도 이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이 원칙을 분명히 하는데에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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