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실전에 약한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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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만 보면 성적이 안나오는 아이들

실전에 약한 아이들...시험스트레스 증후군

전국에서 일제고사가 치루어지고, 우리 아이들은 시험의 연속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 나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시험만 보면 실수를 많이 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드러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실전에 약한 아이들이다. 재수를 하고 있는 진호군이 학습클리닉을 내원하였다. 고교시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진호군은 시험을 볼 때마다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아는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틀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작년 수능시험 때 지나치게 긴장하여 모의고사보다 50점 이상 성적이 안나왔고 시험 후에 다시 문제를 보니 자신이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였음을 확인하곤 재수를 시작하였는데 재수 중에도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불안과 초조함을 호소하였다.

시험스트레스란?

누구나 시험이나 테스트를 앞두면 긴장하게 된다. 연주가나 공연을 하는 배우는 무대에 서기전 긴장과 불안을 느끼며 시합 출전을 앞둔 운동선수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테스트를 준비하는데 에너지가 되고 실제로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은 대부분 긴장과 불안을 경험한다. 그러나 막상 시험이 시작되면 긴장이 떨어지면서 시험에 집중하게 되는데 일부 학생들은 시험이 시작되어도 과도한 긴장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긴장과 불안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시험을 지나치게 위험하거나 부담을 주는 자극으로 뇌가 인식하면서 교감신경계가 지나치게 흥분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자극을 스트레스로 지각하면 뇌에선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하여 방어체계가 작동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이다. 아드레날린, 코티졸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지만 정상수준을 넘는 스트레스는 호르몬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한다. 그 결과 심장이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땀이 나고 손이 떨리는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뇌

문제는 호르몬이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뇌의 변화도 유발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호르몬은 뇌를 공격하는데 대표적으로 판단과 계산, 계획과 추리를 하는 기능을 하는 전두엽과 기억의 중추인 해마가 스트레스 호르몬의 공격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급한 상황임을 인식하게 되면 전두엽과 해마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되면서 전두엽과 해마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거나 마비가 된다. 당연히 시험을 푸는데 필요한 고차원적 뇌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시험지를 받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고 하는 학생들의 호소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반면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로 가는 혈류량은 평소보다 증가하게 되고 긴장과 불안이 매우 증가하게 된다.

진호군의 경우 시험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데다 과거 부정적인 경험들에 압도되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스트레스의 공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은 자율신경검사(HRV)에서 쉽게 확인되었다. 통상적으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6:4 혹은 5:5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진호군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비율이 85:15로 교감신경이 매우 항진되어 있었으며 평균 심박동수도 100회가 넘는 상태였다. 또한 기능적 뇌파검사에서 뇌가 느끼는 작업의 부하도가 62%로 평균치인 50%를 초과하고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면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시험스트레스의 극복

이승엽이나 타이거 우즈와 같은 대선수들은 승부의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할까? 주어진 과제를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신념을 재확인 하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주어진 상황에만 몰입할 것이다. 이승엽은 다른 신경은 다 끄고 투수의 공만 볼 것이며 타이거 우즈는 골프공에만 집중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험문제를 제외한 다른 생각들, 시험의 결과나 다른 사람의 반응 혹은 과거의 경험들로 생각의 과잉이 일어난다면 집중력은 분산되며 불안은 자극될 수 밖에 없다. 철저히 매순간 그리고 각 문제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더불어 긴장을 줄여주는 복식호흡이나 이완법을 배워 자기만의 긴장조절방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조절이 만족스럽지가 못하다면 교감신경의 활성도를 떨어뜨리거나 감정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뇌의 인지적 기능엔 영향을 주지 않고 긴장과 불안만 떨어뜨리는 약물치료는 시험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신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

불안은 생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신도 모르게 불안을 자극하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진정한 집중을 방해하는 습관이나 경험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점검하며 마음과 뇌를 훈련시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시험스트레스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

시험이 가까워오면 형편없는 성적을 받은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시험 시간에 자각할 정도의 심한 불안을 느낀다.
시험지를 보면 머릿속에 하얗게 되는 느낌이 든다.
시험 볼 때 가슴이 심하게 뛴다.
시험 볼 때 손발에 땀이 난다.
시험 볼 때 손이 떨린다.
시험 볼 때 화장실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시험을 보는 중에 교실이 너무 시끄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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