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출판계에 女장부 돌풍-英보이어즈社 마리온 보이어즈社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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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아담한 몸매에 65세의 나이답지 않은 검은 단발머리,짙은 눈썹을 지닌 마리온 보이어즈여사.해마다 약 25종의 책을 펴내는마리온 보이어즈출판사 사장인 그녀는 무명임에도 4명의 노벨문학상수상자의 작품 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英美출판계 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여장부다.
최근 소설 『나쁜 싹은 어릴 때 제거하라』 출간에 맞춰 뉴욕을 방문한 94년 노벨상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를 수행한 출판업자도 맥그로 힐.그로브 프레스같은 거대 출판사 사장이 아닌 그녀였다.이는 지난 60,70년대 출간된 오에의 영어 판 소설이 거의 팔리지 않았을 때도 그의 작품성을 높이 샀던 보이어즈여사의 문학적 안목 덕.
지난해 초 그녀는 영어권출판사로는 유일하게 오에의 『나쁜 싹은…』등의 판권을 사들였으나 그로브사는 10개월후 오에가 소설의 히트를 보장하는 노벨상을 받고 나서야 나머지 판권매입을 서둘러야 했다.
보이어즈여사는『노벨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에서 판권을 샀다』고 설명한다.실제 보이어즈사가 처음 펴낸 오에의 『우리들의 광기를 참고 견딜 길을 가르쳐달라』(78년)는 겨우 5백부가 팔려 최소한의 수지도 못 맞췄으나 그녀는 두 작품의 판권을 더 사들였다.자본도 적고 출판물당 평균 판매부수가 3천부에 불과한 소규모 출판사로서는 대단한모험인 셈이다.보이어즈여사는 31세때까지만 해도 출판엔 문외한이었다.뉴욕태생으로 첫 남편을 따 라 영국으로 이주한 여사는 60년 킬대학에서 정치학.철학.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두 아이를 둔 이혼녀가 되자 출판에 손을 댔다.존 콜더출판사의 주식 50%를 매입,영국에서 자력으로 출판사경영주가 된 첫번째 여성이 된 것. 이제 나이를 이유로 자신의 사업을 넘기고 싶다는 그녀의 출판전략은 인기작가만 돈으로 묶으려 들거나 노벨문학상 발표직후 허겁지겁 수상자 작품번역에 몰려드는 국내 출판계가 한번쯤눈여겨 볼 대목이라 하겠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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