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연장 순례] 9. 핀란드 국립오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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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역이 자리잡은 툴로호(湖)일대는 최근 비즈니스.문화.레저 센터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는 호반의 헤스페리아 공원을 따라 우체국.현대미술관(키아스마).국회의사당.콘서트홀(핀란디아홀)이 차례로 들어섰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흰색 건물이 1993년 개관한 핀란드 국립 오페라 극장이다.

핀란드 국립 오페라가 1919~93년 사용해온 알렉산더 극장(560석)은 1880년 러시아 점령군이 지은 군사시설을 개조한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축소판 같은 모양이었지만 무대도 비좁고 음향도 불만스러웠다.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 알토(1898~1976)가 새 오페라 하우스를 툴로호 인근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64년. 그는 당시 인근에 건축 중이던 핀란드홀을 설계했다. 헬싱키 당국이 그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은 75년의 일이다. 81년 착공했지만 핀란드 독립 75주년인 92년보다 1년 늦게 준공됐다. 그래서 개관 기념작으로 위촉한 울리스 살리넨의 '쿨레르보'는 LA에서 먼저 초연되고 말았다.

핀란드 국립 오페라는 핀란드 사상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이다. 바깥에선 온실이나 공장.종합병원처럼 보인다. 현관에 들어선 뒤에도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객석 로비에서 호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객석수는 1364석. 작품 규모에 따라 오케스트라 피트의 크기는 물론 객석수, 프로세니엄의 높이와 폭도 조절할 수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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