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목 음식점 매물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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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의 한 음식점 주인이 종업원과 이야기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통계청이 9일 서비스 생산이 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통계청 발표를 살펴보면 내수침체는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숙박 및 음식업.자동차.부동산.유통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올 하반기에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현재의 내수침체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형 음식점 매물 쏟아져=서울 압구정동의 먹자골목에서 120석 규모의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만(40)사장은 지난 1, 2월을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다. 적자로 인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金사장은 "1월 매출은 3900만원, 2월에는 60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 1억3000만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연말 특수와 광우병 파동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월 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올렸던 것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같은 먹자골목에 있는 다른 음식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영업이 잘되기로 소문난 이 골목에도 점포 매물이 쏟아진다. 월 평균 1~2개 정도에 그쳤던 매물이 최근에는 6~7개나 된다. 金사장은 "음식값을 10% 정도 내리는 고육책까지 쓰고 있다"며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자동차 내수시장=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현대차 직영점. 연초부터 이달까지 이어진 파격적인 할인행사가 무색할 정도로 매장은 한산했다. 전시장에는 차량마다 행사 안내지가 꽂혀 있지만 고객의 발길은 끊겼고, 구석에는 판촉물이 수북이 쌓여 있다.

현대차 직영점의 한 영업직원은 "지난 1, 2월엔 하루 방문 고객이 10명도 안 됐다"며 "이달 들어 그나마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으나 둘러보기만 할 뿐 구매에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1월 7만여대에 이어 지난달에도 9만대로 저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줄었다.

◇고객 끊긴 부동산 중개업소=지난해 10.29부동산 안정대책 등의 여파로 아파트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다. 서울 신공덕동 부동산파워공인중개사무소 조영미 실장은 "10.29 대책 이후 지금까지 문의 전화가 거의 오지 않을 만큼 매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가게세도 못 건져 업종을 바꾸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 도봉구 일대 중개업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으뜸공인부동산 김순식 사장은 "정부 대책이 쏟아졌지만 아파트 값은 하락하지 않고 매수자만 관망세로 돌아서 좀처럼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찬바람 부는 백화점.재래시장=9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의류상가. 점포를 지키는 상인 외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인들은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다 손님이 들어서면 "잘 해 드릴게요. 한번 보고 가세요"라며 옷깃을 끌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신통치가 않다.

재래시장도 형편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도매시장의 매출은 예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예년에는 지방 고객들을 꽉꽉 채우고 왔던 버스들이 텅 빈 채로 올라온다"고 말했다.

백화점.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는데 어쩔 줄을 모르는 상태다. 산업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 할인점은 5.2% 감소했다.

최익재·박혜민·장정훈 기자<ijchoi@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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