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PC서도 정보 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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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름 임××, 주민등록번호 47××××-1××××××, 주소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 연락처 02-×××-××××, 미납사유 경제적 빈곤."

올 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DB연구실. 이 연구실 문송천 교수가 중고 컴퓨터에서 떼낸 하드디스크를 구입, 삭제된 데이터에서 복원한 '보험료 미납사유'란 파일을 열자 81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줄줄이 나타났다.

중고 PC의 상당수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文교수 연구팀은 9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중고 PC의 하드디스크를 분석, '개인정보 유출 실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하드디스크를 구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미국의 MIT공대가 158개의 하드디스크를 구입해 미국의 개인정보 유출 실태를 조사한 것에 착안해 국내 실태를 알아보자는 뜻이었다.

연구팀이 구입한 하드디스크는 모두 41개. 조사 결과 65%(26개)에 달하는 하드디스크는 기본적인 정보삭제 과정인 포맷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미국(56%)보다 심각한 수준. 30%(12개)에서는 1,349명의 이름과 생년월일.주소.소속회사.e-메일주소.건강검진 내역 등 개인 정보가 발견됐다.

文교수는 "중고 하드디스크 시장은 빗장 풀린 개인정보의 창고"라며 "포맷만으로는 데이터가 완전 삭제되지 않기 때문에 기밀정보가 담겼을 경우 삭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아예 파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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