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鄕아픔 60代할머니 20억땅 숭실大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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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실향의 서러움을 딛고 어렵사리 타향에서 삶의 기반을 잡은 60대 할머니가 자신이 일생동안 모은20억원대의 재산을 숭실대에기증해 화제다.
김덕윤(金德潤.67.서울용산구동부이촌동)씨는 26일 숭실대를방문,개교1백주년 기념사업으로 벌이고 있는「한경직(韓景職)기념관」건립에 써달라며 서울동작구노량진동 일대 시가 20여억원에 달하는 4백70여평의 땅과 주택등을 학교측에 기 탁했다.
1.4후퇴때 남편 金상목(79년 작고)씨와 함께 무일푼으로 월남,부산국제시장에서 행상으로 출발해 억척스럽게 모은 평생의 재산을 아낌없이 털어놓은 것.
『피난살이때의 고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만큼 모진 것이었지만 40여년간 고생의 결과가 회관건립에 쓰여져 희생과 봉사정신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수 있다면 기쁘기 한량없겠습니다.』 50년대말 상경,남대문시장에서 한칸짜리 가게를 얻어 옷장사를 시작한 金씨는 20여년전 사둔 노량진땅이 크게 뛰어 부동산 부호가됐는데도 이를 장성한 2남1녀에게 한푼도 상속하지 않았다.
평양이 고향인 金씨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된 것은 평양에 뿌리를 둔 숭실대와 평양 숭실대를 졸업한 한국기독교계의 원로 한경직목사의 인연 때문.
1897년 개교한 숭실대는 1938년 신사참배거부를 이유로 일제에 의해 강제 폐교당했다가 54년 서울에서 재건된 학교.
金씨는 숭실대를 통해 향수를 달래왔으며 특히 90세가 넘은 노령에도 북한 선교에 전념하고 있는 韓목사에 감화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金씨는 평소에도 보성여고.영락보육원등을 찾아 어려운 학생의 학비를 대는등 도움을 주었으며 군부대내 교회 건립에도 숨어서 지원해왔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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