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속 때 벗고 바로 서자" 내달 11일 부활절 연합예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 이제는 하나로-. 부활절 연합예배 회견에 참석한 목사들이 한국 교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앞줄 왼쪽이 대회장을 맡은 김진호 목사. [오종택 기자]

다음달 11일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될 한국 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대회장 김진호 목사) 설명회(9일)가 열린 서울 감리회관 16층 회의실은 숙연했다. 개신교 44개 교단을 대표해 참석한 목사들은 한국 교회의 분열과 갈등을 반성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교회사는 교단 분열의 역사였다" "교회가 먼저 철저한 분리주의자였다" "이웃 사랑을 외치지만 이를 실천하지 못했다" "교회가 사치와 낭비를 조장하는 소비문화에 빠졌다"며 숱한 과오를 회개했다. 그리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기로 결의했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보수.진보를 아우르며 한국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유일한 자리다. 1975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시작, 장충체육관을 거쳐 2002년부터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한때 80여만명이 모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1904년 함남 원산에서 열렸던 교파별 연합기도회가 100돌을 맞는 해라 의미가 각별하다.

주최 측은 개신교의 총체적 변혁을 약속했다. 성장 지상주의.교회 이기주의를 자성하고 '제2의 종교개혁'을 맞는 마음으로 정직.청결.절제.봉사.일치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회성.단발성 행사를 지양하고, 부활절이 지난 뒤에서 소외된 이웃에 사랑을 전하는 생활운동으로 승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호 목사는 "지난달 25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전국 십자가 대행진이 시작돼 다음달 8일 서울 상암공원에 도착한다"며 "교회 및 한국 사회의 자정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여 일어나라! 한국 교회여 다시 일어나라!'를 내세운 올 연합예배는 '새생명 대축제' 형식으로 거행된다. 회개 차원에서 계층별.세대별 금식기도회가, 실천 차원에서 '내가 먼저 운동'이 열린다. 실천 운동에는 거짓말 안하기.사랑 저금통 모으기.재활용품 수거하기.급식 봉사.소외 계층 방문.동네 거리 쓸기 등이 포함됐다. 2만명 헌혈 운동, 1000명 장기기증 운동도 꾸준히 전개된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과거 행사에선 젊은층의 참여가 미흡했다"며 "올해에는 교단.세대를 초월해 한국 교회 전체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최 측은 예배 당일 '난지 선언'도 발표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부활한 난지도처럼 세속에 휩쓸린 교회의 부활을 선포한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가 개신교 최대의 과제로 꼽히는 교회 일치를 앞당기고, 한국 사회에도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박정호 기자<jhlogos@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