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몫' IMF 새총재, 스페인 어부지리 얻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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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호르스트 쾰러 전 총재의 독일 대통령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국제통화기금(IMF)의 후임 총재 자리에 누가 오를 것인가.

독일의 유력 경제지인 한델스블라트는 8일 스페인의 로드리고 라토 재무장관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IMF와 세계은행의 첫 연차 회동이 있게 될 4월 말까지는 새 총재가 선출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쾰러 전 총재의 후임은 이번에도 유럽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IMF 총재=유럽인, 세계은행 총재=미국인'이 불문율처럼 지켜져 왔기 때문이다. IMF에 강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미국은 전임 쾰러 총재처럼 IMF의 실제 운영에 너무 관여하는 깐깐한 관료가 선출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명망을 갖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부담이 덜한 인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브뤼셀의 외교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현재 IMF 새 사령탑에는 라토 장관 외에도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 장 르미에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 앤드루 크로켓 전 국제결제은행(BIS) 총재가 하마평에 올랐다. 파스칼 라미 유럽연합(EU) 통상담당집행 위원도 총재직을 희망하고 있다. 이 중에서 프랑스 출신의 르미에르와 라미는 총재직에 추대될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다. 1946년 이후 30년 넘게 프랑스인이 IMF 총재직을 독식해 왔기 때문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브라운 장관도 "총재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측근 인사들이 전했다.

독일 정부도 후임자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또다시 독일인을 내세울 경우 주변국들의 반발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유럽의 빅3 독일.영국.프랑스가 후임 총재를 배출하지 못할 형편이다.

그래서 라토 장관이 어부지리로 총재에 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그는 경제난으로 IMF의 걱정거리로 떠오른 남미 국가와 관계가 좋다. 미국도 라토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다른 후보가 나서지 않는다면"이라며 뜸을 들이고 있다. 유럽 재무장관들이 9일 오전 후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 자리에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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