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윤노빈 교수는 왜 월북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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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000만 시대를 연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분단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레드 콤플렉스'가 자리잡고 있고 이념 갈등의 깊은 골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케이블.위성의 역사물 전문 방송인 히스토리채널에서 11일부터 방영하는 3부작 '북으로 간 사람들'은 분단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북으로…'은 월북자와 방북자.북파 공작원의 이야기를 다룬다.

1부 '경계를 넘다'(11일 밤 12시)는 1980년대 초 가족과 함께 월북한 부산대 철학과 윤노빈 교수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그에 대한 책이 출간됨으로써 비로소 세간에 알려졌지만 윤교수의 월북은 당시엔 언급조차 금기시될 정도였다. 남한에서 버림받아 북한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외무장관 출신 최덕신이나 천도교 교령 오익제와 달리 윤교수의 월북 사건은 언론에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제작진은 월북 전에 이렇다할 친북 행동이나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았던 윤교수가 왜 북한을 택했는지를 절친한 친구인 시인 김지하와 귀순자 오길남 등의 증언을 통해 추적했다.

장기하 PD는 "윤노빈이라는 한 개인의 월북 사실보다 이 인물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조명하려 했다"면서 "남한 체제로부터 버림받은 것도, 그렇다고 북한을 해방된 사회로 여기지도 않았던 한 지식인의 선택은 분단의 고통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2부 '허락받지 않은 방북'(18일 밤 12시)은 88년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 이후 이어진 '허락받지 않은' 방북사건들을 다룬다. 89년 개인자격으로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만났던 고(故)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영길씨와 작가 황석영씨, 전국대학생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평양축전에 참가했던 임수경씨가 직접 출연해 당시 상황을 진술한다.

3부 '북파 공작원'(25일 밤 12시)은 영화 '실미도'의 소재가 된 북파공작원의 실체를 조명한다. 제작진은 90년대 초반까지도 실미도 부대와 같은 북파 공작원 양성 부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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