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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신문화사이버펑크>5.사이버 예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온갖 종류의 예술이 번성하고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창의적인작품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뉴욕 브로드웨이.그 다운타운 한복판엔 작가와 독자가 정보를 주고 받는 이른바 『상호작용(interactive)CD롬』의 메카 「보이저」社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선 80여명의 직원들이 1백여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컴퓨터와 각종 디지털 장비로 작품들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최근까지보이저社가 상품화한 CD롬은 약 50여개로 영화.소설.연극.무용 등과 이들이 뒤섞인 각종 행위예술을 담아 이 분야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주라기 공원』과 윌리엄 깁슨의 소설 『가상의 빛』이 포함되어 있다.이것들은 독자가직접 탐험에 참가하도록 하는 이른바 「확장된 책」으로 지난해 내놓아 전자오락 수준의 멀티미디어 작품을 본격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얻고 있다.
작품구성 개발자인 필립 스티셀(35)은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는 닫힌 작품이 아니라 독자(관객)가 선택함에 따라 무궁무진한 작품내용이 만들어진다』고 상호작용 작품제작의 취지를 설명한다.
예를들어 『주라기 공원』에서 독자의 선택에 따라 공룡 티라노사우르스가 미국 대륙으로 건너와 공포에 떨게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될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내놓은 미국의 역사를 다룬 『누가 미국을 세웠는가』라는 작품은 각급학교에 교육자료로 제공되었다가 19세기말 미국사회의 동성애와 부정부패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문제가 되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보이저社의 입장은 역사의 어두운 면도 담아내고 독자가 그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자유를보존해 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작품가운데 뉴욕의 저명한 전위예술가 로리 앤더슨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행위예술 CD롬인 『퍼핏(Puppet)모텔』은 전통적인 예술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자,지금부터 새로운 생각을 할수 있는 세계를 보여드리겠어요.』 컴퓨터에서 CD롬을 열면 자유분방한 용모의 로리는 자신의최신작 『퍼핏 모텔』 입구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길고 음산한 길을 지나는 동안 그녀의 최근 음반 「브라이트 레드」에 수록된음악들이 반복되며 서로 얽혀있는 33개의 방에 접 근하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바퀴처럼 돌아가는 전기 소켓,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강렬하게살아있는 스포트라이트,빙판 호수위를 지치는 스케이트,수족관 물고기처럼 춤추는 인형….마우스로 이러한 것중의 하나를 선택하면예기치 못한 공간이 열린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인물이 가이드가 되어 얼핏보아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꽉막힌 방들에서 유용한 힌트와 지름길을 안내해주면 주인공 로리 앤더슨이 나타난다.
바이올린 표지가 있는 음악방에 들어가면 로리 앤더슨이 연주하는 네개의 바이올린 연주곡 버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육감적인 리듬에 맞춰 로리는 자신의 무용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행위예술 총집합 다른 방에 들어서면 컴퓨터에 마이크를 설치하도록 권유한다.관객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변조해 로리 앤더슨의 목소리와 합쳐서 노래부르게 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퍼핏 모텔』은 말하자면 춤.음악.연극.문학에세이 등 전래의예술과 뮤직비디오.애니메이션.환상적인 사진집등이 얽혀있는 30여개의 행위예술 작품을 총체적으로 하나의 CD롬에서 감상하도록한 것이다.
인터네트에서 로리 앤더슨을 두고 벌이는 평론가들과 일반 관객들의 작품에 대한 반응들을 읽어 보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개인컴퓨터와 인터네트의 발달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상호작용예술은 신세대들에게 능동적으로 작품안으로 뛰어들어 스스로 내용을 구성해가는 자유의지를 심어주고 있다.특히 전통의 예술작품처럼 작가가 제시한 것을 감상하는 것에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체제변혁적인 의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뉴욕=蔡奎振.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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