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의 不實.무책임.非理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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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철도청과 서울의 지하철관계자들은 도대체 언제 정신을 차릴 것인가.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서울아현동과 대구에서 가스폭발사고가 터져 부실공사문제가 세계적 화젯거리가 되었는데도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과천선 사고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철도청이 선로보수작업을 잘못해 전동차가 터널안 기둥을 스쳐 측면등이 깨지는 사고가 나흘간이나 계속됐다는 것이다.피해전동차도 23개 열차나 된다.
어떻게 나흘간 23개 열차가 그런 사고를 겪으면서 운행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도무지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부닥치면 마찰음이 들렸을 것이고 마찰음을 못 들었다 해도 운행이 끝난뒤파손부위를 보고 사고를 알 수 있었을 것이 아닌 가.기관사나 검수원이 무신경했던 것인가,아니면 알고도 상부에 신고를 안했던것인가,또 그도 아니면 상부에서 무신경했던 것인가.서울시 지하철 본부및 철도청관계자들의 근무자세나 정신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이것부터 조사해봐야 한다.
보수공사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얼마나 무성의하게 공사를 했기에 그런 상상도 하기 어려운 사고마저 일어나나.누가 잘 했고잘못했고를 따질 것도 없다.위에서 아래까지 모두가 책임의식이란눈꼽만큼도 없는 것 같다.
바로 그러한 사실이 급기야는 검찰의 수사까지 받게 된 서울지하철 5,8호선 공사에 대한 서울시의 감사에서 입증된 바 있다.지난 16일 서울시가 발표한 감사결과를 보면 설계.시공.감리.관리.감독등 어느 한 부문도 제대로 책임을 다한 부문이 없었다.말하자면 총체적 무책임이었고,그 결과가 바로 부실로 나타난것이다.왜 그런 총체적 무책임이 빚어졌던 것일까.캐고 보니 그무책임의 뒤에는 비리가 도사리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부실을눈감아 달라고 공무원을 회유하고 ,그런 비리가 있으니 부실을 덮어버리는 악순환이다.검찰의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비리가 얽히고 설켜 공사현장 전반에 만성적 무책임을 낳았음은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철도청도 서울시처럼 과천선.일산선등에 대한 총점검에 나서야 한다.거기에도 무책임과 비리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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