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司正확대 가능성-李炯九장관 수사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검찰이 前산업은행 총재인 이형구(李炯九)노동장관을 구속키로 함으로써 금융권에 대한 사정회오리를 예고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최초의 수사인데다 李장관이 구속될경우 현직 장관으로선 건국후 첫구속자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 분규등 올 노사분규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동정책의 수장인 장관을 구속키로한 것은 그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금융권 사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김영빈(金榮彬)수출입은행장이 전격사퇴한이후 11월엔 윤순정(尹淳貞)한일은행장이 일신상 이유를 들어 사퇴했고,지난달 봉종현(奉鍾顯)장기신용은행장이 뇌물수수 혐의로구속되는등 신정부 들어 전.현직 행장 4명이 구속되거나 타의에의해 물러났다.
이밖에도 현재 P은행등 일부 은행 관계자 수십명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어 검찰이 정경유착의 중간고리역을 담당하는 금융권에 본격적인 메스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李장관에 대해 내사를 시작한 것은 올 1월말로 알려지고 있다.
4년여 산은총재로 재직한 李장관은 입각 직후부터 금융.증권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뇌물수수 소문이 나돌아 은밀히 추적하기 시작했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당시 검찰에 접수된 정보는 한해 8조원이상인 시설자금 대출을결정하는 국책은행 총재가 수십개 업체로부터 대출 커미션 형식으로 수십억원의 뇌물을 은행간부들과 함께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李장관은 93년4월 검찰의 안영모(安永模)동화은행장 비자금 조성 수사 당시 현직 은행장들에 대한 내사 과정과 92,93년 감사원 내사를 통해 어느정도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났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 려지고 있다. 그러다 검찰은 3월 덕산그룹 부도사건을 수사하면서 구속된 박성섭(朴誠燮)회장으로부터 시설자금을 대출받고 수천만원의 뇌물을 李장관에게 주었다는 진술을 받아내면서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산업은행은 덕산요업.홍성산업.나우콤등 덕산 3 개사와 고려시멘트에 모두 1천1백억원을 빌려줬고 이중 덕산요업.나우콤에대한 대출금 1백30억원은 李장관이 총재로 재직할때 이뤄졌다.
경제계에서는 전.현직 은행장들의 대출과 관련된 금품수수 루머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유독 李장관만을 수사대상으로 한것은 최근 선거를 앞둔 정국운용과 관계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李장관 구속에 이어 검찰 수사가 또다른 거물급 금융권인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崔熒奎.吳泳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