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항, 중고자동차 수출단지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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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고차 수출로 속초항이 활기를 띠고 있다. 속초항 인근 상설전시장에 승합차 등 러시아에 수출될 중고차가 가득하다. [속초시 제공]

속초항이 중고자동차 수출단지로 뜨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중고자동차 수출 물량이 늘고, 이에 따라 수출업체도 속초로 속속 발걸음을 하고 있다. 속초시는 이에 따라 올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바이어를 상대로 두 차례 중고차 수출상담회를 열 계획이다. 또 중고차 수출물류단지도 조성할 방침이다.

◇늘어나는 중고차 수출=속초항에서 중고차 수출이 시작된 것은 2003년. 2000년 러시아 자루비노를 통하는 백두산항로를 개척했던 동춘호가 항로를 블라디보스톡까지 연장 운항하면서부터. 그러나 그 해 수출한 중고차는 51대로 규모가 미미해 아무도 속초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가 회복되면서 항로상 가장 가까운 속초에 바이어가 찾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능성을 본 속초시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바이어를 초청해 중고차수출상담회를 처음 열었다. 나흘간 열린 상담회에서 200여대를 판매하는 등 지난해 3473대를 수출했다. 대부분 승합차로 대당 가격이 1000만원을 넘어 수출액이 400억 원에 달한다. 이후 바이어 발길이 잦아지고 수출 물량도 늘어 올해 1~2월 비수기임에도 861대를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8대의 배가 넘는다. 미처 배에 선적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속초시는 5월부터 동춘호가 1주 2번에서 3번 왕복으로 운항횟수가 늘어나고, 시장을 러시아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까지 확대하면 올해 1만대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수출항구로 속초항의 강점은 짧은 항로. 러시아에서 국내 어느 곳보다 가깝다. 그 동안 러시아 바이어는 서울이나 부산 인천 등에서 구입해 선적했으나 항로가 길고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속초항은 블라디보스톡에서 15시간이면 찾을 수 있고, 일주일이면 업무를 끝낼 수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 시장에서 선호하는 중고차가 RV나 SUV 등 승합차여서 국제적으로도 유리하다. 일본의 경우 환경문제로 경유 승합차를 만들지 않고, 유럽의 승합차는 러시아에서 선호하는 자동변속기가 아니어서 국내 승합차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속초오토서비스 함연준 대표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중고차 수출은 속초항만한 적지가 없다”며 “미미한 설비를 갖추면 수출 확대는 물론 이로 인한 부가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속초시는 중고차 수출을 늘리기 위해 4월과 10월 수출상담회를 열 계획이다. 또 속초항을 중고차 수출단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대포동에 수출업체와 정비, 세차, 부품업체 등이 입주할 수 있는 3만3000㎡ 규모의 중고차수출물류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시설 확충 서둘러야= 중고차 수출이 크게 늘어나자 중고차 수출업체도 속초를 찾고 있다. 전국중고차수출조합이 속초에 ㈜속초오토서비스를 세운 것을 비롯해 20여 개 업체가 바이어를 상대로 영업하고 있다. SK엔카, 부산태양자동차, 남부산무역 등 규모가 큰 업체도 속초 진출을 위해 전시공간을 요청했다. 여기에 정비, 세차 등 관련 업체 등도 속초행을 서두르고 있다.

중고차 수출을 위해서는 전시공간을 겸한 넓은 주차장이 필수이나 현재 속초항 주변에는 마땅한 땅이 없다. 중고차수출조합이 현재 운영하는 상설전시장은 1300㎡ 규모로 100여대를 주차할 수 있을 뿐이다. 업체에서는 현재의 5배 정도 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속초시는 속초항 주차장과 인근 유휴지를 활용하고 심지어 여객터미널 옥상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업체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속초시는 우선 가능한 땅을 모두 활용해 수출상담회 때 지장이 없도록 전시장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장철규 속초부시장은 “기대보다 빨리 수출 물량이 늘어 설비를 미처 갖추지 못했지만 물류단지 조성 등 최대한 빨리 기반을 갖추겠다”며 “중고차 수출이 어느 정도 자리잡으면 품질인증기관 등 관련 업종 유치와 바이어 관광 등 속초 경제에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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