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익 회고전-작가 스스로 정리한 그림人生 200여점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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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춘향전이나 고구려 주몽이야기같이 잘 알려진 설화내용을 그림으로 재구성해 온 이만익(李滿益.57)씨가 자신의 그림인생을 회고하는 대형 개인전을 갖는다.
27일부터 6월1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1,2층을전부 사용하는 「이만익,그림 40년전」에는 그가 중학1학년때 그린 스케치에서부터 최근작까지 유화작업 1백50점,판화 30점,스케치 60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한 작가의 개인전에 2백여점이 넘는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일도 이례적이지만 작가 자신의 손으로 회고전을 마련했다는 점도 우리 화단에서 보기드문 일이어서 화단 안팎에서 이 전시회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중진작가로서 단단한 위치를 가진 李씨가 자비(自費)회고전을 마련하게 된것은 자신의 손으로 그림인생을 정리해보려 한 때문이다. 중학시절의 빛바랜 스케치북까지 꺼내 보인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는 오랜 습작기간을 거쳐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해간 역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듯 보여주고 있다.
경기중학시절 박상옥(朴相玉.작고)씨의 가르침을 받고 서울대미대에 입학한 李씨는 대학을 마치고 한동안 화집으로 전해진 인상파와 표현주의적인 화풍이 뒤섞인 그림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한때 외국유학의 기회를 기대하며 아카데믹한 국전풍의 작품을 그려 국전 대통령상을 노렸으나 결국 받지 못하고 71년 파리유학에 올랐다.
파리유학에서 얻은 것은 입체적으로 그럴듯하게 보인 과거의 그림과 달리 현대회화는 평면성이 강조된다는 사실과 프랑스화가 조르주 루오(1871~1958)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었다.
특히 대상을 단순화하고 선을 강조하는 루오 그림의 특징은 李씨 내부에서 우리나라 전통목판화에서 빈 공간을 처리하는 기법과뒤섞이며 그의 스타일을 만드는 바탕이 됐다.
이런 회화적 뼈대위에 70년대 후반부터 설화의 내용을 소재로한 작업에는 토속적인 색채감각이 더해지며 독특한 이만익그림의 전형을 이뤄내게 됐다.
李씨는 『반성의 기회라고는 하지만 내 자신을 전부 드러내보이는 일은 역시 부끄럽다』며,하지만 『자기 스타일의 완성에 조급해하는 요즘 젊은작가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있다. 〈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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