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미술치료를 엿보니 <EFB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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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짜증이 많고 화를 참지 못하는 아이

2. 자신감 없고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아이

3. 이상한 버릇이 있는 아이(손톱 물어뜯기 등)

아이들 미술치료를 엿보니

선물이 열리는 나무를 표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은지 어머니는 은지(12·여·가명)가 그저 얌전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말이 별로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내성적인 성격탓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가정 형편이 풍족한 편이라 아이의 공부나 갖고 싶어하는 물건 등 뒷바라지에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보게된 은지의 모습이 엄마를 걱정스럽게 했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은 반 여자 아이들이 은지의 뒤를 따라가면서 놀려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놀림보다도 아무런 대꾸도 없이 걸어가는 아이 모습이 더욱 걱정스러웠다.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은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딸의 속내를 들어보려 했지만, 은지는 점점 더 말이 없어지고 방 안에서 혼자 지내려고만 한다.

첫 번째 그림은 은지가 자신이 나무라면 어떤 나무가 되고 싶은지를 표현한 그림이다. 나무는 보통 자아상을 드러내는 그림으로 활용된다. 그림에 나타난 사과는 선이 흐리고 툭툭 끊어져 있으며 기둥은 채색되지 않고 비어있다. 이는 다소 무기력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반영한다. 나무 기둥의 옹이는 대칭된 형태로 두개가 그려져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가운데나 한쪽 옆에 그리는 것과 달라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경우 과거에 받은 상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그림은 뒤쪽에 작은 나무와 산이 있어 숲에 있는 듯한 공간 감각이 느껴진다. 아이가 주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속의 자신을 계속해서 신경쓰고 있다고 해석된다. 일면 성숙해 보이지만 또래답지 않아 걱정되는 부분이다.
 은지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못하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그려요?” 등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였다. 몸을 기울이거나 한쪽 팔로 그림을 가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
 이 때 부모는 아이가 마음껏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기보다, 아이가 혼자가 아니며 항상 믿음과 사랑을 주는 가족이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은지는 “친구들이 와서 사과를 따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잘 익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나무’라는 설명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열매를 나누어 주고 싶다는 말로 친구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부모는 이런 잠재된 마음을 파악하고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사과가 익지 않았다”며 움츠렸던 은지에게는 “열매가 익는데는 원래 시간이 걸리는 거야. 그 속에 있는 씨앗은 나중에 더 큰 나무가 될 수도 있어”라는 등 격려의 말이 필요하다. 일상 생활에서는 동생의 공부를 돕거나 엄마 일을 거들게 하여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느끼게끔 한다. 또 긍정적인 자존감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쉽고 구체적이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미술 활동을 함께 해준다.
 잡지나 색종이를 찢어 붙이는 모자이크 기법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두 번째 그림은 가족·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열리는 나무’를 표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지는 더욱 능동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다른 재료로 해도 돼요?” “다른 색연필도 있는 데 가져와도 돼요?”라며 전보다 활달해보였다.
  
세 번째 그림은 한결 밝아진 은지의 자아상을 드러낸다. 첫 그림에 비해 사과가 입체감있고 먹음직스럽게 표현되었다. 또 나무에 화사한 색을 사용하였고 화면 배치가 안정적이다. 배경 역시 밝은 색으로 칠하고, 하나의 나무가 가운데에 꽉 들어찬 느낌이다.
 은지는 “공원에 있는 큰 나무예요. 오후가 되면 가족들과 사람들이 놀러와요”라며 더 이상 외롭지 않은 나무를 표현했다. 상담을 통해 아이에 대해 알아가는 법을 배운 엄마의 노력과 세심한 배려가 은지를 변화시켰다. 은지는 때론 친구들과 의견차로 다투기도 하며 친구 집에 초대를 받는 등 또래와 어울리게 되었다.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공손히 인사를 하고, 질문에 눈을 맞추며 대답하게 되었다.
 6학년이 되는 게 끔찍하다던 은지는 차츰 같은 반이 되기를 바라는 친구가 생겼다. 거울조차 바라보지 못했던 은지가 아닌, 머리띠를 바꾸고 두세 번씩 옷을 갈아입으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만들어가는 건강한 은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감 없는 아이와 대화하려면…

  1. 칭찬을 아끼지 마라
 계속해서 눈치를 보거나, 특히 낯선 상황에서 무언가를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러므로 칭찬을 많이 해주고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2. 목표를 아이 눈높이에 맞춰라
 엄마의 눈높이에만 맞춘 목표는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좌절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원하고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부터 함께 세워 나가는 것이 좋다.
 3. 아이의 의견을 물어라
 부모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아이들은 친구 또는 교사와 의견을 나누고 타협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작은 일이라도 부모가 아이의 생각을 묻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4. 함께 놀아주어라
  아무리 바빠도 짬을 내 아이와 대화하고 몸을 부딪치며 놀아주어라. 놀이 과정 속에서 아이는 규칙을 준수하며 응용하는 능력, 친구들과 타협하고 협동하는 능력을 배운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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