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LED조명 품질·가격 한수 위 본고장 일본서 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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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상품화에는 우리가 한참 앞서 있다. 일본의 경쟁사들이 따라오려면 2~3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소형 조명기구 회사인 화우테크놀로지 유영호(49·사진) 사장은 회사의 기술력과 제품의 시장성을 확신했다. 5~7일 도쿄 오다이바 국제종합전시장에서 열린 ‘발광다이오드(LED)’ 제품 박람회에 참석한 그는 행사 내내 바쁜 일정을 보냈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저녁 그는 도쿄의 한 호텔에서 일본 전국에서 몰려든 10여 명의 바이어에게 둘러싸여 제품 주문을 받았다.

“곤고도모 요로시구 오네가이시마스(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며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달라는 인사말이 꼬리를 물었다. 유 사장은 일본 내 2위 편의점인 로손을 비롯해 40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한 스카이락, 1000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데니스 등에 LED로 만든 ‘루미다스’ 공급을 시작했다. 로손은 8500개 점포 가운데 연내 20%의 교체공사를 끝내기로 했다.

일본 바이어들이 유 사장을 적극 환대하는 이유가 바로 ‘루미다스’ 때문이다. 화우가 만들어내는 루미다스는 일본의 대형 LED조명 제조업체들의 상품에 비해 성능과 가격이 월등히 뛰어나다.

유 사장은 “일본의 제품에 비해 성능은 두 배, 가격은 절반”이라며 “같은 4W짜리 제품이라면 루미다스는 일본 경쟁사 제품에 비해 거의 두 배의 밝기를 낸다”고 말했다.

LED조명은 백열등·형광등·할로겐에 비해 밝기와 수명이 뛰어나 ‘꿈의 조명’으로 불린다. 전력을 소비했을 때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비율이 백열등은 10%, 형광등은 40~50%에 달하지만 LED는 90%에 이른다. 전기를 적게 쓰고도 2~5배 이상 밝은 빛을 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CO2) 배출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수명도 4만 시간에 이른다.

이산화탄소 삭감 의무 국가인 일본에서 도시바·마쓰시타·히타치 등 대형 전기제품 업체들이 LED조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박람회를 후원한 LED조명추진협의회 시타데 스미오 위원장은 “일본 조명시장에서 LED의 비중은 현재 1%에 불과해 시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LED조명의 상품화는 오랫동안 방열과 눈부심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 때문에 LED는 그동안 스스로 빛을 내는 대형 전광판에서는 크게 실용화됐지만, 공간을 밝히는 조명에는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화우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환경 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일본 시장에 LED 붐이 일 것으로 예상한 유 사장은 2005년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조달한 상장 자금 20억원 가운데 절반을 LED조명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승부처는 실용화 기술에 있었다. 1995년부터 조명기기와 전광판 사업에 손을 댔던 유 사장은 “반도체의 일종인 LED칩 개발은 일본이 본고장이지만 루미다스는 다양한 상품화에서 성공했다”며 “서부시대 말뚝을 박아 땅을 차지하는 것처럼 관련 특허를 30개 이상 확보해뒀기 때문에 일본의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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