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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라인, 이종찬 수석 활동반경에 주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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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18면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 장ㆍ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대통령의 좌석이 타원형 테이블의 중앙(오른쪽)으로 옮겨지는 등 과거와 변화가 뚜렷했다. [김경빈 기자]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1993년 대검 중수부의 ‘라인 업’은 화려했다. 김태정 중수부장 아래 이종찬 중수1과장과 황성진 2과장, 박주선 3과장, 김성호 4과장이 포진했다. 이들은 슬롯머신 사건과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율곡 비리 등 잇따른 대형 수사로 ‘사정 태풍’을 일으켰다.

특히 이종찬-김성호 라인은 1995년 ‘12·12, 5·18 및 전직 대통령 뇌물수수사건’ 당시 서울지검 3차장검사와 특수3부장으로서 콤비 관계를 이어갔다. 고려대 법대 동문이기도 한 이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과 국정원장으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의 등장은 검찰 파워의 확대로 볼 수 있다.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에다 민정수석·국정원장까지 검찰 출신이 장악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출신 지역이다.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와 임채진 검찰총장은 경남 남해 출신.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경북 안동, 이종찬 수석은 경남 고성, 어청수 경찰청장은 경남 진양이 고향이다. 사정 라인 ‘빅 5’가 모두 영남 인맥이다. 야당은 “대통령이 사정기관 장들을 소집하면 완벽한 영남 향우회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느 정도 예견 가능했던 논란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믿을 만한 사람’을 요직에 배치한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 ‘빅 5’의 상호 관계에서도 ‘협력과 조화’가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고위간부는 “함께 조직 생활을 해봤고, 지역도 비슷한 만큼 일하는 과정에서 마찰이나 잡음이 생길 소지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찬 수석의 활동 반경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특수 수사의 산 증인’으로 추진력과 개성이 강한 이 수석이 사정의 강도를 조정해나가는 조타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채진 총장이 3~8기(사법연수원 기수) 선배들 틈에서 검찰의 상대적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해나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들 사정기관이 나아갈 방향은 어느 쪽일까. 법 질서를 강화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뒷받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 법무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공공연히 법을 유린하는 것을 방관하거나 법을 크게 위반한 사람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법 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단속하는 동시에 집단 이기주의적 불법·폭력 행위에는 법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위축됐던 공안부의 기능이 활성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어 경찰청장도 공공질서에 관한 한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일선 경찰은 대대적인 법질서 확립 캠페인에 들어갔고, 시위사범·국가보안사범 단속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정원의 경우 “국익을 위한 순수 정보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김 후보자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정치에서는 손을 떼고, 경제정보 수집과 자원외교 지원, 첨단기술 유출 방지 등 경제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 개편에 나선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원의 김경준씨 기획입국 관여 의혹과 부패척결 TF의 정치인 조사 의혹 등에 대한 재조사가 국정원 조직을 쇄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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