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30주기展-20~내달20일 갤러리 현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박수근(1914~1965)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다.허식이나 과장이 일절 없는 그의 화면은 조용하고 차분하다.그러나 그안에는 우리들의 오랜 기억속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때 그시절의고단한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민이 담겨있다.
자신도 힘겨운 가난속에 살았으면서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토록남들의 가난을 객관화시켜 그림속에 그려넣게 했는가.中央日報社가주최하고 갤러리현대가 주관하는 『박수근 30주기전』은 다시보는박수근 그림을 통해 이에 대한 충분한 대답을 제시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50년대와 60년대에 집중 제작한 37점이다.이 가운데 19점은 일반에 처음 소개되는 미공개 작품이다. 가난한 서민들의 평범한 생활모습을 50년대란 한시기를 상징하는 민족정서로 탁월하게 그려낸 힘은 박수근이 가진 인간적인 정직함과 성실성에 있다.
체구는 보통사람과 달리 우람해보였지만 언제나 말이 없고 조용했던 박수근은 가정과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한 가장이었고 직업인이었다.
가난한 그는 아이들의 그림책을 손수 만들어줬고 일을 마치고 돌아갈때는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사과 한개라도 사들고 귀가하고 싶어했던 가장이었다.
그런 삶의 성실성은 어쩌면 근대적 최초의 서양화 전업작가였던그의 모습에서도 여 실히 드러난다.
여타의 근대작가와는 달리 도쿄(東京)유학 경력이 없는 그는 해방후 다른 작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미술학교에 강사로 초빙됐을 때도 한눈팔지 않고 팔리지 않는 자신의 그림만 붙들고 승부를 걸었던 작가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가난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똑바로 걸어간모습은 바로 작가로서의 정직성 그대로다.
이는 50년대 한국화단을 광풍처럼 휩쓴 추상회화운동을 외면하고 그가 자신의 투박한 그림으로 일관한데서도 살펴볼 수 있다.
50,60년대의 한국인들의 삶의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었던것은 바로 이런 그의 성실성과 정직함에서 나온 것이다.가식이나과장이 없는 그의 자세는 그림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오래도록 박수근 그림이 사랑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尹哲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