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선거와 지역개발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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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파트를 지금 당장 사는게 좋겠느냐,아니면 좀더 있다가 올가을께 사는게 좋겠느냐.』 초조한 표정으로 상담해오는 사람들이유난히 많아졌다.왜 그럴까.
요즘 신문에 실리는 건설.부동산관련 기사들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준주거지역의 근린상업지역 통합」「자연녹지에 유통시설 설치허용」「다가구주택 재산세 대폭 하향」「수도권에 신도시 2~3개 더 필요」….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교롭게도 부동산경기를부추길만한 온갖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선거공약중에선 유권자들을 잘살게 해주겠다는 것 만큼 달콤한 것이 없다.방법은 돈을 덜 거두겠다(세금감면)거나 재산가치를 높여주겠다(지역개발)는 두가지다.
세금감면은 재정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지역개발공약도 「립서비스」에 그친다 하더라도 그 여파는 대단하다.
88년 대선(大選)때를 보자.노태우(盧泰愚)후보가 서해안시대를 들먹이면 충남 당진.아산 땅값이 춤을 추고,북방외교를 외치면 비무장지대(DMZ)안 논.밭값이 들먹거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결과는 부동산가격 폭등의 전국화→2백만호 신도시건설 발표→건자재파동→부실공사 양산(量産)→건설업체 연쇄부도사태등 걷잡을 수없는 경제의 주름살로 이어졌다.
또다시 이런일이 벌어져 「나만 앉아서 손해보는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요즘 서민들사이에 확산돼가고 있는 것이다.
88년대선때는 사실상 盧후보의 공약으로 그 난리를 치렀다.이번엔 재정자립도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전국 읍.면.동을 돌며 지역개발을 외쳐댈 나팔들이 무려 2만여개(지방선거 후보수)에 달한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부동산의 「폭등」「폭락」이라는 두 단어는 어쩌면 공산당보다 더 위험하다.폭등도 문제지만 거품이 꺼져가는 과정에서 부동산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업체들이 무수히 무너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바닷게는 동면(冬眠)상태로 톱밥속에 가둬놔야 상품가치가 유지된다.꼼지락거리기만할 뿐 서로 상대를 해치지 않고 죽지도 않는다. 부동산시장도 똑같다.과열은 절대금물,동사(凍死)도 금물이다.후보들에 대한 선거비용규제,연설횟수제한에서 더 나아가 지역개발공약 남발 처벌규정이라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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