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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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내의 반란은 언제 일어나는가.
남편을 간절히 원하나 남편이 아내와 함께 있지 아니할 때….
그래서 남편을 간절히 원하는 아내일수록 반란을 일으키기 쉽다. 사랑의 빈 자리.절절히 아픈 그 자리를 메워 주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이다.이것은 사랑의 역리(逆理)다.
반란은 감미로운 탈을 쓰고 온다.그러면서도 낯설지 않은 탈,남편의 모습을 본뜬 탈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낸 사요히메(佐用姬)는 남편과 흡사한 남자와 정을 통했다.역신(疫神)과 동침한 처용의 아내도 역신의얼굴에서 남편을 본 것은 아닐까.
-내 반란은.
남편과 전혀 다른,남편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이 현실로 나타난 데서 비롯됐다.이것도 뒤집어보면 남편을 찾아 헤맨 방황이었는가…. 가야로 가는 「고대의 바다」가 길례의 어지러운 머리를헹궈 주었다.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저 앞바다엔 가가라지마(加唐島)가 있습니다.백제 무령왕(武寧王)이 태어나셨다는 섬이지요.』 향토사학자가 산꼭대기 전망대에 서서 서북쪽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백제 제25대 무령왕(462~523년)의 이름은 사마(斯麻.斯摩) 또는 융(隆)이다.동성왕의 둘째 아들이라 한다.곤지(昆支) 또는 혼지(混支)라 불린 개로왕 동생의 아들이라고도 전해진다.『삼국사기』의 기록과 『백제신찬』(百濟新撰) 을 인용했다는 『일본서기』쪽의 기술이 엇갈려 무령왕도 수수께끼의 임금으로 치부돼 왔다.
「무령왕」하면,길례는 곧 아름다운 순금의 관식(冠飾)을 떠올리게 된다.1971년 공주 송산리 그의 왕릉에서 출토된 것으로,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디자인한 매력적인 머리 장식이다.
당시 왕릉에선 그의 약력을 새긴 지석(誌石)도 함께 발견되었다. 지석에 의하면 그는 「영동대장군(寧東大將軍) 백제 사마왕(斯麻王)」이다.
「사마」란 섬의 옛말이다.「세마」라고도 했다.이것이 일본에 가 「시마」(しま)라는 일본어가 되었다.
「세마이」(せまい)라는 일본어도 이 「세마」에서 빚어졌다.원래는 「섬 같다」라는 뜻이었는데 「협소하다」「좁은」이란 뜻으로둔갑한 것이다.
전에 귀담아 들은,이같은 서여사의 말을 전하자 향토사학자는 몹시 감동하며 길례를 우러러보는 표정을 짓는다.순순하고 소박한일본인이다.
무령왕의 어머니는 왜로 파견된 남편 곤지를 뒤따라 현해탄을 건너가고 있었다.만삭의 몸이었다.한바다에서 진통을 느껴 배는 황급히 가라쓰(唐津)灣 어귀의 가가라섬에 정박했다.
무령왕은 이곳에서 태어났다.
백제사람들은 그래서 이 섬을 「니림 세마」(にりむせま),즉 「님 섬」이라 불렀다고 『일본서기』는 전하고 있다.
「니림」이란 「님」의 옛말 「닒」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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