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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자매 “여자 우즈 될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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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종의 장벽을 뚫고 테니스 최고 스타가 된 비너스, 세리나 윌리엄스 자매의 골프 버전이 나올까. 뉴욕 타임스가 최근 소개한 진저 하워드(13)와 로비 하워드(12) 자매를 보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전형적인 백인 스포츠에 도전하는 흑인 자매라는 점에서 윌리엄스 자매와 닮았다. 각각 3세와 4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대회에서 83승과 62승씩을 올렸다. 진저는 오른손잡이, 로비는 왼손잡이어서 마치 거울을 보듯 마주 보고 스윙 자세를 교정한다고 했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 ESPN은 이들 자매가 주니어 여자 골퍼 중 최고라고 평가했고, 두 선수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의 제이 고블 코치는 “그 또래 중 최고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스윙이 언니는 정교하고 동생은 파워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프엔 거리보다 정확성이 중요해서인지 아무래도 언니의 실력이 낫다. 18세 이하 여자 주니어 랭킹에서 진저는 93위, 로비는 289위다.

자매는 아직 키가 1m60㎝ 미만이다. 큰 체구로 또래들을 압도했던 테니스의 윌리엄스 자매와는 다르다.

그러나 테니스 선수를 했던 아버지 로버트 하워드는 “내가 키가 크기 때문에 아이들도 조만간 쑥쑥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매는 “경기를 어떻게 마무리할 줄 안다는 점에서 타이거 우즈를 가장 본받고 싶은 선수”로 꼽았다. 하워드 자매가 타이거 우즈처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아버지 로버트는 “윌리엄스의 아버지는 두 딸의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질 가능성이 있는) 큰 대회엔 일부러 내보내지 않았다”며 “나도 그렇게 할 작정”이라고 부정(父情)을 나타냈다.

우즈와 비제이 싱이 남자 골프를 점령했듯 하워드 자매는 운동 능력이 뛰어난 흑인들이 여자 골프에도 유입되는 신호탄임이 분명하다.

남자 스포츠에서는 축구와 풋볼, 농구 등 큰돈을 벌 수 있는 종목이 많지만 여자 스포츠에서는 골프만큼 상금이 큰 종목이 없다.

자매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에서 산다. 학교 공부는 어머니의 홈스쿨로 대신할 정도로 골프에 몰입하고 있다.

한국의 주니어 선수들처럼 사실상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저는 골프로 성공한 뒤 디즈니 채널의 배우가, 로비는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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