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겉모양 갈수록 비슷비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자동차 겉모습이 서로 닮아간다.
전에는 자동차업체별 또는 차종별로 각기 특색있고 차별화된 모델을 경쟁적으로 선보였으나 요즘은 모두가 비슷해지는 추세다.이와함께 자동차메이커들이 자기 회사 고유이미지를 나타내는 이른바「패밀리 디자인」(벤츠와 BMW처럼 멀리서 봐도 한눈에 어느 회사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고유의 디자인)이 유행이다.

<왜 비슷해지나> 자동차는 이제 생필품이며 국제적인 상품이다.따라서 자동차의 디자인도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인종.계층의 취향에 맞출 필요성이 커졌다.
대우자동차 디자인팀 김준산(金準山)이사는 『세계 각국에 팔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다 보니 세계인의 요구를 만족시킬 공통분모를 디자인에 반영,모양이 비슷해지는 경향이다.선진국일수록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많이 알기 때문에 디자인이 너무 튀어도 불리하다.그러다보니 디자인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업체 디자이너들은 추세가 이렇게 변하면서 디자인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현대자동차 박종서(朴鍾緖)디자인실장은 『전에는 경쟁업체와 좀색다르게 디자인하면 됐는데 요즘은 차모양이 비슷비슷한 가운데서도 뭔가 틀리고 개성을 나타내도록 디자인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국내업체 동향> 최근에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이 내놓는 모델들을 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우선 전조등부분과 뒤램프.트렁크부분이 닮았다.
헤드램프는 직사각형모양에서 타원형,여기서 다시 치켜뜬 눈 모양 등으로 날렵해지는 추세고 뒤램프는 뒷부분 전체를 차지하다가요즘은 양쪽 귀퉁이쪽으로 쏠려 단순해지는 추세를 보인다.
쏘나타Ⅱ와 세피아.마르샤등은 뒤램프모양이 비슷하고 대우자동차씨에로와 아카디아등의 뒤램프는 벤츠.BMW처럼 양옆으로 몰아 단순화한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뒤램프를 양 옆으로 단순화하고 있는 것은 디자인적인 측면외에 뒷부분 전체를 커버할 정도로 뒤램프를 길게 늘여뜨려 놓을 경우 트렁크를 자주 열고 닫으면서 받는 충격때문에 램프에손상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현대 아반떼와 기아 가 다음달에 내놓을 크레도스의 트렁크 끝부분은 기존차와 달리 아래로 푹 내려앉았다.이것도 요즘 세계적인 추세다.기아자동차 상품조사부 이인석(李仁錫)과장은 『원래 자동차는 뒷부분이 가라앉은듯한 스타일이 앞뒤 균형이 맞고 안정감을 준다 』고 말했다.

<패밀리 디자인> Family Looking이라고 하는데 「멀리서 봐도 척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공통점을 지닌 디자인」을 말한다.즉 형제간처럼 닮은 구석이 많은데도 따로 놓고 보면 개성있는 개별얼굴을 갖고있는 것을 말한다.독일 벤츠나 BMW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차종이 다양한데 멀리서 보더라도 한눈에 알아볼수 있지만 가까이서 개별적으로 보면 각각 특성이 있다.이는 기술적으로 앞선 메이커들만이 가능하다.
일본업체들은 전세계적인 자동차수출에 주력하면서 지역별로 기후나 문화특성에 맞는 자동차디자인에 신경쓰느라 패밀리 디자인에서는 유럽업체에 떨어진다.그러나 최근들어 혼다 같은 회사는 패밀리 디자인에 힘을 쏟고있다.
해외에서 특색이 없다는 평을 듣는 우리자동차업체들로서는 패밀리디자인은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그러자면 『이게 내얼굴이오』라고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뛰어난 독창성과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헤드램프를 포함한 앞부분에서 어느정도패밀리 디자인을 갖췄다는게 업계디자이너들의 분석이다.
李杞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