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겹시름 앓는 논산 딸기농장 "일손도 자재도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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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피해만 해도 울화가 치미는데 복구 일손 부족과 자재(쇠파이프)난으로 무너진 비닐하우스 복구도 못하고 있으니…. 절망뿐입니다."

8일 오전 10시 국내 딸기 주산지의 하나인 충남 논산시 상월면 신충리에 위치한 상월면사무소.

30여평의 면사무소 안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40여 농민의 하소연으로 가득했다.

피해 농민들은 "단 몇 사람이라도 좋으니 지원 인력 좀 빨리 보내달라"고 면사무소 직원들을 붙잡고 통사정이었다.

그러나 되돌아온 말은 "오늘은 인력이 없으니 내일 다시 와 보세요"라는 대답뿐. 폭설이 멈춘 지난 6일부터 이 같은 승강이가 벌써 사흘째 되풀이되고 있었다.

이날도 면사무소를 찾았다가 소득 없이 발걸음을 되돌린 이선영(60.상월면 산성리)씨는 "딸기 하우스 2200여평이 모두 망가졌는데, 사람이 없어 복구를 못 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울부짖듯 사무실 문을 밀치고 나갔다. 농촌 일손이 워낙 부족한 데다 당국의 발표와 달리 복구 인력이 제때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날 상월면 전 지역에 지원된 인력은 인근 군부대 장병 100여명. 이들은 2개 마을 20여 농가에 배정돼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이 같은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상월면 전체 600여 농가 중 딸기 비닐하우스 등 피해를 본 시설재배 농가만 150여 농가. 결국 130여 농가는 이날도 일손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인력지원은 읍.면사무소가 농가로부터 신청을 받아 시.군에 건의하면 시.군이 이를 토대로 인근 군부대나 각급 기관.사회단체에 도움을 청해 이뤄진다.

그러나 피해농가가 워낙 많다 보니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8일 하루 동안 군인.공무원 등 6900여명이 도내 449 농가에서 일손을 도왔다. 반면 도내 전체 피해농가는 1만1512가구에 달해 인력난을 실감케 한다. 자재난도 복구를 더디게 하고 있다.

원자재(쇠파이프) 값이 크게 오른 데다 이마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강관 제조 회사들이 고철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거나, 일부 중간상이 값 오르기를 기다리며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 충남본부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용으로 사용되는 1m 길이 아연 도금강관(직경 25mm 기준) 값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평균 12% 이상 오른 1011원이었다.

상월면 피해 농민들은 원자재를 구하기 위해 군내 농협과 철강 회사.중간상 등에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金모(62.상월면 월오리)씨는 지난 6일 알고 지내던 철강 도매상에게 자재 구입용으로 600만원을 선불로 줬으나 아직도 소식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딸기 비닐하우스 1500평이 황폐화된 김재화(67)씨는 "이젠 자재 구하는 것도 포기했다"고 체념조로 말했다. 이에 따라 폭설 피해를 본 시설 재배농가들 사이에선 올해 농사를 이미 망쳤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논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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