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委제재는 종이호랑이-주의.경고 일색 방송사 무신경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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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TV의 해악을 심의.규제하는 방송위원회가 갈수록 「종이호랑이」로 무력해지고 있다.선정.저질.폭력을 제어하는 유일한 공식심의기구인 위원회의 규제가 실효가 없을 뿐더러 방송사측도 각종 제재에 소귀 경읽기식 분위기로 일관할 뿐이다.
최근 여성탤런트들에게 속옷과 관련해 『불편하지 않으세요.나는안입으면 불편하던데』등의 비속한 대화를 나눈 『주병진 나이트쇼』가 받은 규제는 진행자와 책임자에 대한 경고.이 프로는 이와함께 개그맨 이홍렬의 속옷가게를 간접광고하며 『 선착순 1백명에게 직접 속옷을 입혀드린다』는 부분등 한편에 무려 4건이 지적됐었다.방송위 조치의 강도가 적절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조치의 약발은 거의 없는 듯하다.
방송위가 내릴 수 있는 규제는▲주의▲경고▲법정제재(사과방송,방송내용 해명.정정.취소,1년이내출연.연출 정지)등 세 분야.
경고이상을 받을 경우 해당사는 사내조치내용을 1주일내 방송위에회신해야 한다.그러나『주병진 나이트쇼』의 경우 MBC측은 『3개월내 동일한 사유로 3회에 걸쳐 경고를 받을 때만 인사위원회에 회부한다』는 사내내규를 들어 별 조치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처음이고 하니 제작부서에 경고해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사내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는 정도가 MBC심의실 관계자의 반응.선정.상업성과 일방적 전파의 실제 피해자인 시청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방송위의 권한 약화는 이것뿐 아니다.『아들의 여자』에서 채시라의 반라춤이 경고를 받았으나 MBC측은 회신기한을 넘기는가 하면 오히려 배꼽춤2탄을 준비해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최근 SBS『한밤의 TV연예』도 김건모의 티피코 시 간접광고로 사과방송명령을 받았으나 이는 이미 지난해 MBC『지금은 특집방송중』,KBS『지구촌 영상음악』,SBS『신세대전원집합』에서잇따라 사과방송.경고를 받았던 것.방송위의 규제가 방송사에 어느정도 권위를 갖는지를 대변하는 일례 다.
94년 심의제재건수는 3백33건으로 93년도 6백3건에 비해현저히 감소추세일 뿐더러 실효를 지닌 사과방송이상은 지난해부터현재까지 14건에 불과하다.방송위측은 「자율심의 권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나 실제 화면에 난무하는 많은 해 악들이 감소했다고 느끼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최근 방송위가 확정한 선거방송기준의 경우 현업인사와의 잇따른 토론회에도 불구하고『순수뉴스의 경우는 방송사의 편견없는 가치판단에 따른다』는 별 실효없는 결론만을 낳았다.협찬고지방송에 관한 기준 하나를 정할 때도 방송3사가 합의해야 가능한 현실이다.
방송위의 무력증은 방송구도에서 방송위가 갖는 위상등 구조적문제 때문으로도 분석된다.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영국의ITC,프랑스의 CSA,캐나다의 CRTC등 방송선진국의 「방송위」들은 우리에는 없는 면허교부권.취소권등은 물 론 위반때 벌금등 준사법권,방송조사권등 책임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우리 방송위의 위상이 어떤 형태로라도 재정립되지 않는다면 「TV판관(判官)공백」의 악순환은 계속될 조짐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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