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최후의 승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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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1국 하이라이트>
○·이세돌 9단 ●·박영훈 9단

제9보(139∼152)=이세돌 9단의 백△가 판을 가르고 떨어졌을 때 수많은 강자들은 거의 일제히 놀란 모습이었고 잠시 후 대부분 감명에 젖어 들었다. 바둑은 성동격서(聲東擊西)나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처럼 함축적인 전술이 평가를 받는다. 직선보다 곡선이 낫고 노골적인 것보다 은밀해야 맛이 난다. 하지만 백△는 위태로운 직선 공격인데 찬탄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시원했기 때문이다. 유리한 바둑은 얽힌 매듭을 조심조심 풀어야 한다. 한데 백△는 매듭을 푸는 대신 단숨에 토막내려 한다. ‘나는 이세돌이다’고 부르짖는 듯한 그 기세와 결단, 대담한 승부호흡이 선악을 떠나 감명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박영훈 9단은 139로 머리만 내밀어 놓고 141과 147로 중앙 백집의 가능성부터 지워버린다. 대마가 죽을지언정 더 이상 집을 내줄 수는 없는 것. 하나 148이 공격을 겸한 보이지 않는 큰 곳이다. 박영훈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물기가 말라가는 느낌에 몸서리치며 149로 돌파했고 150의 공격에 151로 젖혀버렸다. 위기를 기회로 돌리려는 최강의 반격. 152로 절단했지만 백도 모양이 아슬아슬하다.

실전 진행(153∼159)=153부터 159까지는 거의 외길 수순. 여기서 백은 A와 B 두 곳의 약점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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