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동호회>부부댄스클럽 "파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맞잡은 손,마주한 눈길.금실이 새록새록 좋아져요.』 40세이상의 부부 스포츠댄스 클럽 「파라」(회장 盧洙鉉)회원들이 라틴 댄스를 익히는 서울마포구도화동 이만호(51.한국무도경기연맹총국장)무도장.
눈부시도록 환한 조명 아래 한쌍의 부부가 힘찬 곡에 맞춰 무대를 돌고 있었다.한껏 춤에 열중해 있는 이들을 감상하고 있던회원 고경숙(51)씨는 『부부가 항상 웃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모임을 결성한 것은 지난 92년.해외출장이 빈번했던 사람들이 외국의 춤문화를 접하고 언론사 문화센터등 교습소를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이뤄졌다.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만찬 뒤 반드시 따르게 되는 댄스파티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영 뒤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지요.』 「파라」총무를 맡고 있는 정경환(51.서울강동구성내동)씨의 설명이다.주위의 곱지않은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바람직한 댄스문화의 정착은 시급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파라」의 회원자격은 반드시 40세이상의 부부여야 한다.
현재 회원은 16쌍.모임장소등을 고려해 22쌍 정도로 늘릴 예정이다.직업은 중소기업체 사장.자영업자.교수.의사.공무원등 다양하다.두세 파트로 나눠 1주일에 한차례씩 문화센터 등지에서 교습을 받고 있다.
이들이 배운 춤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볼룸댄스.룸바.삼바.차차차.자이브등 정열적인 라틴아메리카의 토속춤과 왈츠.탱고.퀵스텝등 고풍스런 모던댄스다.
지금은 대부분 부부가 3년이상 함께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실력이 웬만한 사설 교습소 강사보다 한수 위다.93년부터는 전국무도인 페스티벌대회등에서 시범 댄싱을 보여 갈채를 받을 정도. 회원 김경하(50.서울강남구압구정동)씨는 『남편과 함께 호흡을 맞추다 보면 막연한 권위의식을 벗어버리고 친구처럼 다정해져 항상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처음에 반대했던 가족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말 했다.
이들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춤문화가 도입 당시부터 왜곡돼 「세계화」에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
유럽 각국을 비롯해 일본.중국 등지에서도 댄싱이 사회체육으로확고히 자리잡은 상태.국제올림픽위원회는 볼룸댄스가 여타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운동효과가 높고 세계적으로 동호인들이 많아 2년간 시험기간을 거쳐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꿈나무들이 나설 경우 적극 후원할 방침을세우고 있다.
직원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염려돼 댄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태 숨기고 있다는 한 제조업체 사장은 『모임 파티를 열때 드는 비용은 1인당 10만원선으로 식 사비 정도』라며 『건강하게중년을 사는 모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千昌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