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사랑하는공간>빨간 벽돌집-인하大 金尙植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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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마포구염리동 언덕받이길을 오르다보면 다닥다닥 붙은 산동네집들사이로 사무실 건물처럼 밋밋한 3층 빨간벽돌 양옥이 나타난다. 『딸랑딸랑』.마음 깊은 곳을 울려내는 듯한 종소리가 방문객이 왔음을 알린다.집안으로 들어서면 1층 39평의 공간에 2대의 차가 간신히 들어갈 주차장과 2층으로 오르는 계단사이에 짬을 내 만든 갤러리가 나타난다.
집주인 김상식(金尙植.50.인하대건축과)교수의 부인 신주리(申珠利.42)씨가 12년전부터 경기도이천 도예촌을 오가며 취미삼아 만든 20여점의 도자기가 아담한 모양으로 전시돼 있다.
『평소 까다로운 내 성격에 맞춰 사느라 힘들겠지하는 생각때문에 늘 미안했지요.93년 살던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기로 작정하면서 쌓인 미안함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가장 먼저 머리속에 떠올린 공간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 갤러리에 대한 애정은 부인보다도 金교수가 더 하다고 이웃들은 전한다.늘 알뜰살뜰 닦고 윤을 내는 장본인은 金교수이기 때문이다.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짙은 밤색계통에다 나뭇잎모양의 흙장식을 덮어놓은 특색있는 작품들이 어서 첫 방문객들로 하여금 안살림은 어떻게 꾸며 놓았을까궁금하게 만든다.
갤러리가 부인을 위한 공간이라면 50평정도로 넓혀 잡은 마당은 金교수의 「꿈의 공간」이다.마당의 반은 채마밭으로 요즘 마늘과 쪽파가 싹을 제법 높이 틔우고 있어 반대쪽의 푸른 싹을 돋우고 있는 잔디와 어울려 「푸른 5월」을 노래하 는 듯하다.
채마밭은 金교수가 직접 관리하는데 집에서 나오는 음식찌꺼기는부식제를 이용,1백% 거름으로 사용해 쓰레기 줄이기에도 한 몫하는 셈.해병대출신답게 작물도 반듯하게 줄을 맞춰놓을 정도로 철저하게 길러내는데 지난해 수확물인 상추.쑥갓. 케일등은 80%이상을 이웃에게 나눠줘 「텃밭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을 새삼 생각케할 정도.마당을 둘러싼 빨간 벽돌담장도 극히 낮춰 둔 덕택(?)에 이웃들이 오가며 「텃밭 안부」를 살펴볼 수 있는 재미를 더해준다.
金교수는 집지을 생각을 해놓고 설계자인 건축사무소 「장원」의박연심(朴硏心)소장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朴소장은 채마밭공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여러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金교수는 한사코 채마밭을 고집,석달간이나 입 씨름을 했다는후문이다.
50여평의 2층 생활공간에는 거실과 안방.서재가 들어서 있다.그중 15평정도의 거실은 직사각형 공간으로 트여 있는데 주식탁과 보조식탁,그리고 소파와 벽난로의 4개 독자영역으로 구분돼있어 「작은 공간의 다각적 이용과 집의 성격을 살린 독특한 설계」로 평가받고 있다.
〈申容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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