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비디오로 호주 수영 꿈나무들에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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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호주 수영 챔피언 던컨 암스트롱(40·사진)에게 서울은 특별한 곳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m 자유형에 출전, 금메달을 따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포츠 캐스터이자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법’의 인기 강사로 새 삶을 살고 있는 그가 20년 만에 서울 땅을 다시 밟았다. 사업과 강연을 위해서다. 5일 국민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성공학을 강연했다. 한국에선 비타민제 광고모델로 잘 알려진 그를 만나봤다.

-20년만의 서울 나들이인데.

“내가 꿈을 이룬 서울에 다시 오니 정말이지 감동적이다.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항상 한국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금 와서 보니 놀랍게 변했다. 내가 금메달을 땄던 올림픽 수영경기장의 제6레인에 다시 서고 싶다.”

-수영은 어떻게 시작했나.

“가족의 도움이 컸다. 내가 어려서부터 수영에 소질을 보이자 부모님은 코치를 물색했는데, 집에서 1000km나 떨어진 브리즈번에 로리 로렌스라는 유명한 지도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이사를 했다. 로렌스는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해 별명이 ‘장군님’이다. 오후 3시 반쯤 처음 만났는데, 내게 대뜸 ‘꼬마 녀석, 너 배고픈 표정이구나’라고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맞받아쳤다. ‘아뇨, 점심 잘 먹었어요. 수영할 만반의 준비가 돼있습니다. 승리에 굶주렸을 뿐이에요’라고(웃음).”

-배짱이 대단했다.

“수영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무엇을 하든 중요한 건 의지라고 본다. 나는 끈기가 있고, 고된 일을 잘 참는 성격이다. 그래도 훈련 시작 뒤 처음 2주간은 하루에 수영장을 360차례 왕복해서 헤엄치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 매일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아버지 차 뒤에서 울었다. 코치보다 무서운 건 없었고, 그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훈련과 경기에 몰입했다. 올림픽 결선이 끝나고 내가 1위인 걸 알았을 때 기쁘기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서울올림픽 뒤 젊은 호주인상을 받고 유명인사가 됐지만, 주변의 지나친 기대가 항상 부담스러웠다. 90년엔 병까지 앓아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6위에 그쳤다. 그러면서 이혼까지 하고, 8년 동안 힘들게 살았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재혼하면서 비로소 어려움을 극복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론 강사로 나섰고, 스포츠 캐스터로도 자리를 잡았다.”

-박태환 선수는 어떻게 평가하나?

“젊은 선수들은 찰흙과 같다. 어떻게 빚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조련하는 게 열쇠다. 그렇지만 태환은 이미 완벽한 테크닉이 있고,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 호주에서 수영 꿈나무들에게 강의를 할 때, 그의 비디오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호주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다. 항상 겸손한 모습의 그를 다들 좋아한다. 이름의 발음을 조금 바꾼 ‘피크닉 인 더 파크(picnic in the park)’라는 애칭도 있다. 하지만 태환은 호주에 강적 그랜트 해켓 선수가 버티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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