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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공무원 연금개혁, 더 미루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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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갓 발족한 이명박 정부의 행정개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고, 공공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겠다. 공무원 수도 줄이고 공직자가 더 성심껏 국민을 섬기도록 하겠다”고 공공부문의 변신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공공부문은 지난 5년간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다.

공무원 연금개혁이 신정부가 추진할 행정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개혁 논의는 2006년 초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해 그해 7월 구성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2007년 초에 개혁 시안을 내놓았으나 법안 제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 의원이 지난 1월 25일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확실하게 추진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고 새 정부와 18대 국회에서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시민 안은 공무원 연금의 적자폭 감소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었고 전체적으로 발전위원회 시안보다 과감한 개혁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과 공무원 노조의 반발 등으로 법안 통과는 힘들어 보이지만 개혁의 기본 방향은 올바로 잡고 있다.

아쉬운 것은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 후보 어느 쪽도 공무원 연금개혁을 언급하지 않았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인수위와 새 정부에서 과감하게 개혁논의를 추진하지 못하고 공무원 노조 등의 눈치만 보고 있는 점이다. 4월 총선 때문이라지만 지나치다. 그래서 ‘신규 임용자는 국민연금을 적용하고 기존 공무원은 점진적 개혁으로 국민연금에 근접시킨다’는 유시민 안이 빛을 발하는지 모른다.

공무원 연금개혁 논의에서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 중 하나가 기존 제도의 존치 여부다. 미국이나 포르투갈이 그러했듯이 신규 임용자에게 국민연금을 적용할 것인지, 기존 제도를 수정해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다. 전자라면 기존 제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져 직업에 따른 연금 차별이 해소되지만 후자라면 시간이 경과해도 차별 시정이 어렵다. 2007년 7월 말에 신제도를 도입한 영국은 신규 임용자에게 별도 제도를 적용해 민간 근로자와의 차별 해소를 시도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개혁 방향이다. 노조는 근본적 개혁보다 점진적 개혁을 선호하고 기득권 침해에 저항하면서 정부의 비용 부담 강화를 주장한다. 개혁안을 놓고 공무원 노조(CCSU)와 3년여 대치하던 영국 내각부는 2006년 12월 마침내 “신규 임용자에게 새 제도를 적용하고 미래의 비용 증대 위험은 정부와 공무원이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개혁 지침을 통보한다.

총선이 끝나면 공적연금 개혁 태스크포스가 발족해 공무원 연금을 비롯한 4대 연금의 개혁을 논의할 것이다. 6월께 윤곽이 드러날 개혁안은 지난해 초의 발전위 안을 수정한 수준이 될지 모른다. 바람직하기는 이보다 강한 개혁 내용을 담아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고 예상되는 비용 부담을 정부와 공무원이 함께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차별 정도가 약한 일본의 공무원 연금도 지금 국민연금과의 차별을 없애고 있다. 올해도 적자 보전에 1조30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될 공무원 연금이다. 근본적인 개혁으로 적자 보전 등 공무원 연금에의 세금 투입을 줄이고 연금 때문에 노후가 불공평해지는 현상을 시정하자.

배준호 한신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