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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곱씹어 읽고 개념을 엮는 글 써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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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자체가 공부인 번역가 겸 저술가 남경태씨는 “생각하는 힘과 글쓰는 능력을 기르려면 다독보다는 한 편의 글을 곱씹어 읽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철학·문화사·경제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쓰고 번역하는 ‘르네상스 맨’ 남경태(48·사진)씨. 그의 삶은 공부 그 자체다. 10여 년 동안 번역한 책만 70여 종에 이르고 직접 쓴 책도 10여 권이 넘는다. 그의 번역목록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침대 밑의 인류학자』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 같은 빼어난 인문서적이 올라 있고 그가 쓴 베스트 셀러 『종횡무진 서양사(동양사, 한국사)』『철학』 『현대철학은 진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등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는 이들의 손을 꾸준히 탄다. 논술 주제를 다룬 교양서 『개념어 사전』『스토리철학 18』을 펴낸 남씨에게 올바른 독서법과 글쓰기법을 들어봤다.

 -글(텍스트)을 잘 읽는 비결은?

“인간의 지적 행위 가운데 읽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눈으로만 읽는 건 소용이 없습니다.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자는 겁니다.”

-제대로 읽는 방법은 무엇인가?

“내용을 곱씹는 과정 즉, 성찰(reflection)이 필요합니다. 내용의 배경과 맥락과 확장을 잘 살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사실 글은 쉽게 소화되는 음식이 아닙니다. 영상이나 음악과는 다르죠. 많이 씹어야 영양가를 추출할 수 있는 나물 같은 음식이랄까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제대로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하나?

“아무래도 고전이지요. 단 자기 수준에 맞는 걸 몇 권 골라 읽는 게 좋습니다. 읽다가 흥미가 끌리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고 다른 걸 읽으세요. 마음에 드는 고전은 다시 읽고요.”

남씨는 16세기 북아프리카의 복잡한 정정을 장황하게 앞부분에 서술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전공자가 읽어도 깊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같은 책을 중·고등학생이 읽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재미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렵고 크게 도움도 안 되기 때문이란다.

-교과 공부에 도움이 되는 분야를 꼽는다면?

“철학·역사 책입니다. 철학사와 동·서양사, 한국사를 통사로 읽도록 하세요. 마음에 드는 책은 여러 번 읽는 겁니다. 역사는 현실의 역사와 생각의 역사로 나뉩니다. 앞의 것은 보통 역사, 뒤의 것은 철학사라고 할 수 있죠. 이 두 가지 역사의 개요를 알면 그 다음부터 읽거나 알게 되는 사실을 그 역사의 좌표상에서 파악할 수 있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녀 독서 교육은 어떻게 하나?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이 있는데 솔직히 독서도, 공부도 직접 가르친 적은 없습니다. 제가 인문 분야의 책을 쓰고 번역해서 그러는지 그쪽 책을 즐깁니다. 그런데 아이를 보면 모든 책은 나름대로 다 소용이 있는 거 같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고 판타지와 관련된 서양 중세사에 관심을 보이더니 교회·대학·연금술까지 관심을 갖더군요.”

-논술 때문에 중요해진 논리적 글쓰기는 어떻게 하나?

“글을 읽은 뒤 성찰하듯 글을 쓴 뒤에도 반드시 그 과정을 거쳐야지요. 독자 입장에서 자기 글을 보라는 말입니다. 논리는 객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설득이 우선입니다. 설득하려면 독자를 더 의식해야 하지요.”

-글쓰기에서 개념은 왜 중요한가?

“개념은 이론을 전개하는 도구입니다. 이론은 개념을 일정한 논리에 따라 엮은 체계이고요. 결국 논리적인 글이란 글쓴이의 이론을 개념을 활용해 드러내는 글이지요.”

남씨는 개념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전적인 정의를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개념이 연결된 그물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엔트로피라는 물리학 개념은 역사의 설명에, 제국주의라는 역사학 개념은 신자유주의와 연관지어 보라는 말이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은?

“모든 글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에 자신만 아는 내용을 결합한 것입니다. 앞부분에 치우치면 범상한 글이 되고 뒷부분에 치우치면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되지요.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두 가지를 정리한 뒤 결합하면 좋은 글이 됩니다.”

김태수 기자 tskim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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