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마니프 서울국제展 첫마련-17~24일 한가람미술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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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작가가 스스로 작품을 내놓고 또 이를 애호가들에게 설명하는 국제규모의 이색 전시회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다.개인전.
단체전등 지금까지의 전시회가 주로 화랑이라는 중개기관을 거친데비해 17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 람미술관에서 개최되는 「95마니프 서울 국제아트페어」는 출품에서 설치까지 모든 진행을 작가가 책임지고 있어 색다르다.
「새로운 국제미술의 선언과 포럼」이라는 기치 아래 열리는 이전시에는 한국에서 30명,미국.일본.프랑스.영국등 13개국에서25명등 모두 5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작가들은 하루평균 4~6명씩 각각 독립된 전시공간(부스)을 지키며 일반인들과 작품세계에 대해 대화도 나눌 예정이다.일종의 「군집(群集)개인전」 성격이다.이 행사가 다른 국제아트페어(견본시장)와 구분되는 점은 화랑의 참여가 배제됐다는 사실.전시내용과 형식 모두 작가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갔다.국제아트페 어는 화랑과 화랑의 거래,혹은 화랑과 개인의 거래등 화랑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사실 이런 전시는 프랑스에선 이미 자리를 잡은 형태다.파리 국제아트페어(FIAC)가 끝나고 약 1개월후에 열리는 「맥(MAC)200 0」이 대표적인 것으로 약1백여명의 화가.조각가들이 작품의 판매에까지 참여한다.반면 「마니프서울」은작가가 아닌 기획측이 판매책임을 지고 있다.92년10월부터 준비를 해온 아미커뮤니케이션 김영석대표는 『97년 화랑개방을 앞두고 본격 적인 국제아트페어로 가는 사전단계』라며 『이후로는 화랑들이 주도하는 행사로 변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국제아트페어의 한국적 변형인 셈이다.
외국작가로 관심을 끄는 사람은 미국조각가 피에르 아르망.자동차.붓.방독면을 쌓거나 특정공간에 가득채운 「축적의 원리」로 현대 소비사회를 비판해온 그는 이번에 직육면체 안에 여러 악기를 잘라넣은 작품과 첼로 모양의 다리및 팔걸이를 단 의자를 선보인다.이밖에 추상조각 수준을 한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앤터니 카로,유럽에서 각광받는 스웨덴 조각가 에릭 디에트만,샘 프란시스 이후 인체에 가장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세르비아 화가 블라디미르 벨리코빅도 눈 여겨 볼만하다.
그러나 이 전시회의 의미는 외형보다 다른 부분에 있다.우선 임박한 화랑개방에 앞서 국내 미술시장의 주도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포석이다.자본과 작가 동원력이 앞선 외국화랑의 진입에 대비해 우리의 자생력을 키워보자는 것.또한 화랑들이 미술품 가격을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국내외 작품을 한자리에서 정찰가로 팔면서 작가의 역량에 따른 가격체제의 정착을시도한다.특히 해외에서 할인(?)되는 한국작품과 국내에서 과대평가되는 외국작품들을 세계적으로 동일한 가격에서 거래하는 분위기 조성을 노리고 있다.그러나 일부에서는 『외국 저명작가들이 다수 참여했지만 자칫하면 집안잔치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며 『우리작품을 구매하는 외국 화상들의 유치가 선결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작가 한명이 7~15점의 작품을 내놓는 이번 전시회의 참여작가는 다음과 같다.
◇한국=권영우.권옥연.서세옥.이준.정문현.김근중.김병종.김봉태.김선회.김태호.김형대.박승규.방혜자.배동환.심영철.심현지.
엄태정.유휴열.유희영.윤명로.이두식.이숙자.이왈종.이종상.장혜용.최만린.하종현.한만영.황규태.황용엽.
◇외국=피에르 아르망.프랑수아 아르날.베네딕토 콘차.에흐베 부르댕.마크 브뤼스.앤터니 카로.추고.추텐첸.카를로스 크리즈디에즈.올리비에 드브레.에릭 디에트만.귀이 훼레.폴 기라망.존 헨리.도시미쓰 이마이.캐슬린 킹.피퍼 클라센.앤더 스 누슨.마이클 밀레.다카시 나하라.미셸 후벨라스.제라 슐로세.장 미셸 토마송.블라디미르 벨리코빅.얀 보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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