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재즈 신동’ 모국 장애우 돕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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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 말고 또 다른 그레이스 켈리를 주목해야 한다(There is a room for another Grace Kelly).”

미국 LA타임스의 음악 칼럼니스트가 최근 한국계 재즈 신동 그레이스 켈리(16·사진)의 공연을 본 뒤 쓴 기사의 한 구절이다. 신문은 또 “색소폰 연주는 물론, 보컬·작곡 능력까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지난달 10일(현지 시간) 제50회 그래미상 시상식 축하 파티에 최연소 아티스트로 무대에 오른 그는 고등학교에서 월반해 2년 일찍 졸업하고, 9월 버클리 음대에 입학한다. 이미 7세 때 ‘온 마이 웨이 홈’(On My Way Home)이라는 곡을 만들었으며, 10살 때부터 색소폰 연주를 해왔다. 2005년 40~50대 프로 뮤지션들과 ‘그레이스 켈리 퀸텟’을 결성했으며, 지난해 미국음악가협회(ASCAP)가 주는 ‘젊은 재즈 작곡자상’을 받았다. 최근 색소폰의 거장 리 코니츠(81)와 함께 자신의 네 번째 앨범 녹음을 마치면서 “나중에는 반드시 그래미상 수상대에 오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 그레이스 켈리가 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서울시청·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는 ‘장애우 인식개선 및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자선 콘서트’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는 3일 낮(한국 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 처음 가게 돼 무척 설레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래미상 축하 파티에는 어떻게 나가게 됐나.

“앙상블 무대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싶어 오디션 테이프를 보냈는데 합격했다. 미국 전역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주로 스탠더드 재즈곡을 연주했는데 분위기가 열광적이었다.”

-그레이스 켈리가 본명인가.

“그렇다. 원래 이름은 그레이스 정이었는데, 어머니가 미국인과 재혼하면서 아버지의 성을 따 그레이스 켈리가 됐다. 한국 이름 혜영은 미들네임으로 쓰고 있다. 사람들이 잘 기억해줘서 좋다.”

-색소폰은 여자가 도전하기 힘든 악기인데.

“어릴 때부터 스탄 게츠의 앨범을 들으며 자랐다. 그리고 색소폰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피아노는 6세 때부터, 색소폰은 10세 때부터 클라리넷과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왜 재즈를 택했나.

“외가 쪽에 클래식 음악가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똑같은 걸 반복하는 게 싫었다. 연주할 때마다 즉흥적으로, 독창적으로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게 재즈였다.”

-‘재즈 신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항상 모자를 쓰고 연주하는 이유는.

“무척 의미 있는 모자다. 필 우즈라고 하는 유명 색소폰 연주자와 2006년 협연한 적이 있는데, 그가 내 솔로 연주를 듣더니, 쓰고 있던 모자를 줬다. 몇십 년 간 썼던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공연할 때마다 그 모자를 쓴다.”

-한국에 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한국 음식 많이 먹고, 국악을 많이 듣고 싶다.”

-이후 공연 일정은.

“4~5월 미국 순회 공연을 한다. 7월에는 독일 벌큰 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전세계의 유명 색소폰 연주자들이 초대받았는데, 나도 포함돼 영광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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