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 대표 경고 … 최고위, 공천자 4명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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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3일 “공심위원들이 공천 심사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간다고 볼 수 없다”며 “내가 보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공심위원도 최고위 의결에 따라 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대표는 “노파심에서 공심위에 한 말씀 드리겠다”며 운을 뗐다. 그는 “들리기엔 일부 위원 가운데 지나치고 일관되게 계파적 시각에서만 공천 심사에 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큰일이다. 그런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국회의원 공천에서 특정 계파 이름이 언론 보도에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심위도 이렇게 비치는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 달라”고 거들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공천에서 탈락한 문희·배일도 의원이 직접 찾아와 공천 탈락의 부당함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내에선 당과 공심위의 갈등 기류가 표면화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최고위는 이날 공심위가 확정한 공천자 71명 가운데 4명에 대한 인준을 보류했다. 4명은 서울 은평갑(김영일)과 강북을(안홍렬), 충남 서산(김병묵), 경기 안성(김학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당내 조사를 좀 더 거쳐 확정해 줄 것을 요구한 후보자가 2명, 여론조사를 거쳐 확정하자는 후보자가 2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초선 의원은 “공심위원들이 계파 안배에 치중해 심사를 한다는 지적은 1차 심사 때부터 나왔다”며 “최고위에서 적절한 시점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공심위원은 “적어도 공심위원들은 실세라 지칭되는 인사로부터 직접 청탁받은 일은 일절 없다”며 “당 외부에서 ‘누가 누구를 민다’‘누구 계파다’라는 얘기가 많지만,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과 공심위 간의 갑론을박에 인명진 윤리위원장도 가세하고 나섰다. 전날 “윤리적으로 하자 있는 사람은 교체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그는 이날 당이 공천 인준을 보류한 4명에 대해 “한 분은 인권 탄압과 가혹 행위로 어떤 직에서 물러난 분이고, 또 한 분은 현직에 계실 때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던 분”이라며 거듭 재고를 요청했다. 그는 “당협위원장이 무조건 공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탈락했는지 당사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이후 서청원 대표 등 보복당해”=강 대표는 ‘정치보복을 중단하라’며 대선 과정에서의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네거티브 선거를 1∼2년간 줄기차게 한 국정 파탄 세력들 일부에 대해 검찰의 조사 통지가 나간다고 해서 ‘정치 보복’이라고 하는 건 정말 소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지난 대선이 끝난 뒤 우리 한나라당을 어떻게 했나. 당시 서청원 대표 등 많은 사람이 불려가 구속되고 징역살이를 했다”며 “나쁜 장난을 쳤는데 죄송하다고 석고대죄해야 고소 취소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당 대표를 지낸 서 전 대표는 2004년 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나 2006년 8월 사면 복권됐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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