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재계 젊은 社長위에 實勢회장 "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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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해 일본 재계의 인사(人事)풍경은 現사장이 실세(實勢)회장으로 올라서면서 몇단계 뛰어넘는「발탁(拔擢)인사」로 후임사장을선임한 경우가 부쩍 눈에 띄고 있다.
버블(거품)경기 붕괴뒤 찾아온 장기 불황을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리스트럭처링(사업재구축)등을 통해 극복한 現사장들이 후진(後進)들에게 길을 열어주면서도 경영의 최종 결정권은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인사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은 14명의 선배를 제치고 사장이 된 소니의 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57)前상무.데이 신임사장은 취임직후『창업자 세대와 우리 세대는 다르다』며 독자적인 경영에 의욕을 보였다.그러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데이사장의 역할은 실무형 사장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 것같다.왜냐하면 오가 노리오(大賀典雄.65)前사장이 회장으로 올라서면서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최고경영책임자(CEO)에 머무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때문이다.
가와사키(川崎)제철은 사장 나이가 11살이나 젊어졌다.나미자키 시노부(濤崎忍.70)사장이 회장이 되면서 59세의 에모토 간지(江本寬之)전무가 신임사장으로 유력시되던 가도타 겐조(門田硏造.65)부사장을 제치고 사장자리를 차지했다.도 요다(豊田)자동차도 도요다 에이지(豊田英二.81)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계열사인 아이신정기(精機)부사장인 도요다 간시로(豊田幹司郎.53)를「너무 젊다」는 여론을 물리치고 사장으로 승격시켰다.이같은 일본 기업들의 이례적인 「발탁인사」나 젊은 사장 선임 경향은 엔高등으로 인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보수적인 연공서열制로는 극복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불황 속에서도 사장으로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리고 회장에 오른「실력파」 원로들은 젊은 후임사장의「에너지」를 기대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면이 있어 최종 결정권만은 쥐고 있으려는 경향이 보인다.
이번에 회장으로 취임한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아이카와 겐타로(相川賢太郎.67)前사장은 『베이스캠프에서 마스다 노부유키(增田信行.61)신임사장의 등정(登頂)을 지켜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경영상태가 악화되면 또 다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뜻으로도 들린다.
東京=金國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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