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잡을 자 누구냐 … ‘바람의 섬’ 별들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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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별들의 전쟁’이다. 미국·유럽·아시아·한국의 스타들이 자존심을 걸고 한 판 대결을 펼친다. 출전 선수들의 기량이 쟁쟁해 우승 후보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최경주·양용은과 재미교포 앤서니 김을 눈여겨볼 만하다.

◇최경주 우승 후보 0순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한국의 최경주다. PGA투어에서만 7승을 거둔 것이 그의 기량을 말해준다. 지난 1월 소니 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세계랭킹이 6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랭킹이 가장 높다.
최경주는 유러피언 투어와도 인연이 깊다. 2003년 9월 독일에서 열린 린데 저먼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성가를 올렸다. 한국 선수 가운데 유럽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최경주가 처음. 그는 이번 대회에서 유럽 투어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최경주는 1년에 서너 차례 이상 유럽 투어 대회에 출전한다. 미국과는 사뭇 다른 유럽 투어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럽 투어에 대한 애정도 깊다. 최경주는 “유럽 투어 대회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게 돼 기쁘다”며 출전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양용은 “반갑다 유럽 투어”
양용은이야말로 이번 대회 출전을 손꼽아 기다리는 선수다.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올해부터 미국 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를 놓칠 순 없다. 꼭 우승하겠다”며 샷을 가다듬고 있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누구보다도 제주의 지형과 날씨를 잘 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씨에도 흔들림이 없다. 그래서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다. 양용은의 어깨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더구나 양용은과 유럽 투어의 인연은 각별하다. 2006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끝난 유럽 투어 HSBC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레티프 구센(남아공)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던 경험이 있다.

◇앤서니 김도 한국 팬들에게 첫선
앤서니 김(23·한국이름 김하진)은 아마추어 시절 미국 대표를 지낸 재미 교포 2세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첫해에 15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챙기며 PGA투어의 차세대 주자로 자리 잡았다. PGA투어 측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앤서니 김이야말로 골프 황제 우즈의 그림자를 추격하는 선수’라고 밝힌 바 있다. 우즈와 절친한 친구인 마크 오메라(미국) 역시 “앤서니 김의 스윙은 22세 때 우즈의 기량을 능가한다.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그의 기량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앤서니 김은 당돌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앤서니 김은 고교 시절이던 2001년 세계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우즈를 넘어서겠다는 뜻에서 “호랑이를 잡는 건 사자”라고 말해 ‘라이언 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앤서니 김은 “부모님의 나라에서 열리는 유럽 투어에 출전하게 되어 가슴이 설렌다. 한국 팬들에게 좋은 기량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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