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참사 20건 추적해 보니 제대로 된 백서 단 2건 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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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숭례문 방화 등…. 최근 대형 인재(人災)가 잇따라 터졌다. 이에 중앙SUNDAY 취재팀은 방재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5인)과 함께 1993~2007년 주요 재난사고 20건의 수습 과정을 추적해 ‘백서(白書)’의 발간 여부와 그 내용을 검증했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사고 백서(white book)가 나온 사례는 20건 중 2건에 불과했다. 12건은 백서 자체가 발간되지 않았다. 나머지 8건 중 6건은 발간 시기가 너무 늦거나 내용이 부실하고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등 허점이 많아 백서로 볼 수 없었다. 평가단은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백서만이 그나마 합격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고 백서란 재난이 발생하면 관련 당국에서 전문가를 동원해 원인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책을 세운 뒤 일반에 공개하는 보고서다. 경원대 박형주(소방방재공학) 교수는 “21세기에 들어서도 우리나라에 후진국형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탓”이라며 “백서 부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규연 탐사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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