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탄핵' 막판 힘겨루기] 배수진 친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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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下)이 7일 전북도지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의 대통령 탄핵 소추 추진을 비난하고 있다. [연합]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탄핵 공격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청와대는 야권의 사과 요구를 한마디로 일축하고 있다. 윤태영 대변인은 7일 이 문제에 대한 盧대통령의 입장 표명 가능성과 관련,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에 대비해 대통령의 직무 한계와 행동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특히 국방이나 외교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때 절차는 어떤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탄핵안 발의 및 탄핵안 가결을 실제 상황으로 가정하고, 그에 대비한 실무적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여권 내에는 야권이 실제로 탄핵안을 발의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래서 탄핵안 가결에 대비한 이 같은 청와대의 도상 연습은 야당에 대한 으름장 내지 압박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탄핵안을 발의하면 하는 대로, 접으면 접는 대로 주도권을 잡아나갈 수 있다는 게 여권 수뇌부의 공통된 인식인 듯하다. 한번 할테면 해보라는 기류까지 읽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열린우리당에선 이날 "오히려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을까봐 걱정"(辛基南중앙위원)이라거나 "탄핵안을 발의하면 선거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鄭東泳당의장)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야권이 탄핵안 공조 움직임을 놓고 '공격에 준하는 수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청와대는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의 회의에서 야권에 보내는 3개항의 질의서를 채택했다.

야권의 탄핵안 거론 의도가 총선용임을 집중 부각하는 내용이다. 이병완 수석은 "그동안 탄핵이란 말만 백번 이상 들었다"며 "국민이 뽑은 정권에 대해 1년도 안 된 사이에 이토록 흔들어 댄 야당과 국회가 있었느냐"고 반격했다. 열린우리당은 당내 경제통들을 총동원해 탄핵안 발의시의 파급 효과를 집중 거론하며 청와대 움직임에 호응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홍재형 의원,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안이 발의되면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그룹 사장 출신의 이계안.김선배 씨 등 실물경제인들도 나서 "탄핵 논의로 국가신인도가 하락하면 증권시장의 외국인 직접 자금이 움직여 금융시장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가세했다.

당 민생.경제특별본부(본부장 鄭德龜)는 구체적으로 탄핵안 발의 자체로 금리가 13%포인트 높아지고, 주가가 42% 정도 빠지며, 물가가 9%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기남 중앙위원은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선거와 관련해 대통령이 활동할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질 예정이다. 사실상 항의 방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국회해산론도 거론됐다. 당 선대위 대변인에 내정된 임종석 의원은 "(야권이)탄핵안을 발의하려 한다면 국민에 의해 강제로라도 국회 문을 닫아 걸어야 한다"며 '국민행동론'을 제안했다. 여권은 '거대 야당 연합'대 '안정 희구 세력'으로 전선이 만들어지면 열린우리당 지지를 관망하던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하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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