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기업銀 50대 사령탑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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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황영기(52) 전 삼성증권 사장이, 기업은행장에는 강권석(54)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각각 기용된 것은 앞으로 금융권 인사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보여진다.

이번 인사는 우여곡절 끝에 '우리금융 회장은 민간인사, 기업은행장은 관료 출신'이라는 구도로 낙착됐다. '시장 자율과 관치(官治)의 조화'라는 면에서도 이헌재 부총리의 의중이 적잖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중론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매각 작업이 시급한 우리금융에는 격변기를 이끌 민간 전문가를, 정책금융을 맡은 국책은행에는 관료 출신을 배치한 셈"이라고 이번 인사를 해석했다.

李부총리는 지난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이헌재 펀드'설립을 추진하면서 "우리금융 회장은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 인사로 일관성을 지킨 셈이 됐다. 금융계에서도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간 불협화음을 덜고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단일 지도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강했었다.

특히 삼성그룹의 금융부문을 진두지휘해 온 황영기씨는 폭풍의 핵으로 지목된다. 우선 黃내정자의 발탁은 금융계의 오랜 관치인사 관행을 뒤엎은 사례다. 그가 국민은행이 주도해 온 국내 은행권의 판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黃내정자는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업계 선두에 도전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내정자 선임 직후 "은행-비은행 간 시너지 효과와 증권.투신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말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새틀을 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최근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도 치열한 패권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이재웅 우리금융 회장후보 추천위원장은 "우리금융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민영화"라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전략 마인드를 지니고 민영화 작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물을 골랐다"고 말했다.

1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관료출신보다는 黃내정자와 같은 민간출신의 전문가가 공적자금 회수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은행장으로 내정된 강권석 금감원 부원장은 재정경제부.금감위 등에서 금융.재정분야를 두루 섭렵한 현직 인사인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기.강권석씨 모두 50대 초.중반의 '젊은 CEO'라는 점에서 보수적인 금융계에 새로운 인사.조직 개편 바람을 예고했다. 두 사람 모두 시중은행에서 고참 부장이나 초임 임원급 연령이다.

김창규<기자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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