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20)씨는 올해 한국폴리텍바이오대학 바이오배양공정과에 입학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노동부 산하 공공직업교육 훈련기관이다. 김씨는 “강원대 화학과에 합격했지만 가고 싶은 바이오업체와 산학협력이 잘 돼서 이곳을 택했다”고 밝혔다.
‘간판보다는 실용’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실용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4년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취직에 도움이 될 만한 직업학교를 택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입학하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유학 포기하고 전문학교로=송혜민(23)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6년 남짓 호주에서 생활한 ‘유학파’다. 호주 명문 멜버른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자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송씨는 “심리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와 전문학교 호텔외식경영과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송씨는 “부모님께 죄송했다. 저 때문에 엄마가 호주에 오고 아빠는 기러기 생활도 했다.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수도 있지만 해외 호텔에서는 이론보다는 실무를 잘하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전문학교 졸업 후 유럽 호텔에 취직하는 게 꿈이다.
조선대 건축과를 포기하고 한국폴리텍대학에 입학한 최복기(20)씨는 “학비가 싸고 특성화된 비전이 있는 것 같아 그런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이승주 과장은 “학생들은 물리치료과, 간호과, 안경과학과 등 취업이 잘 되는 곳에 몰린다”며 “학생들이 높은 취업률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준 연세대(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학생은 조금이라도 차별화해야 취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에 이색적인 길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고민이 있다. 그들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다. 이화여고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한 김나윤(23)씨는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 ‘왜 스스로 수준을 떨어뜨리느냐’고까지 말해 고민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애니메이션학과를 선택했는데 4년제 대학 졸업장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얼마나 늘어나나=서울호서전문학교의 2008학년도 입학자 1200여 명 중 4년제·2년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온 학생이 120명이다. 2007학년도(96명), 2006학년도(63명)보다 많이 늘었다. 4년제 졸업·중퇴자도 2006년 40명, 2007년 47명, 2008년 51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147개 전문대가 소속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자료가 보여주는 추세도 비슷하다. 신입생 중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졸업자는 2005학년도 4780명에서 2006학년도 5250명, 2007학년도 534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도 4년제 대학을 다녔거나 졸업한 이들이 2006년 14%에서 2007년 20%로 늘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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