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보다 실용’ 택하는 젊은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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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수(19·가명)씨는 지난달 29일 2년제 학점은행제 직업교육기관인 서울호서전문학교 사이버해킹보안과 입학식에 참석했다. 그는 올해 한양대 안산캠퍼스 기계공학과 수시전형에도 합격했다. 4년제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전문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김씨는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지만 4년제 대학에서 이론 중심 학문을 배우는 것보다 취업과 직결되는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전문적인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정(20)씨는 올해 한국폴리텍바이오대학 바이오배양공정과에 입학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노동부 산하 공공직업교육 훈련기관이다. 김씨는 “강원대 화학과에 합격했지만 가고 싶은 바이오업체와 산학협력이 잘 돼서 이곳을 택했다”고 밝혔다.

‘간판보다는 실용’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실용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4년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취직에 도움이 될 만한 직업학교를 택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입학하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유학 포기하고 전문학교로=송혜민(23)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6년 남짓 호주에서 생활한 ‘유학파’다. 호주 명문 멜버른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자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송씨는 “심리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와 전문학교 호텔외식경영과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송씨는 “부모님께 죄송했다. 저 때문에 엄마가 호주에 오고 아빠는 기러기 생활도 했다.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수도 있지만 해외 호텔에서는 이론보다는 실무를 잘하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전문학교 졸업 후 유럽 호텔에 취직하는 게 꿈이다.

조선대 건축과를 포기하고 한국폴리텍대학에 입학한 최복기(20)씨는 “학비가 싸고 특성화된 비전이 있는 것 같아 그런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이승주 과장은 “학생들은 물리치료과, 간호과, 안경과학과 등 취업이 잘 되는 곳에 몰린다”며 “학생들이 높은 취업률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준 연세대(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학생은 조금이라도 차별화해야 취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에 이색적인 길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고민이 있다. 그들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다. 이화여고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한 김나윤(23)씨는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 ‘왜 스스로 수준을 떨어뜨리느냐’고까지 말해 고민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애니메이션학과를 선택했는데 4년제 대학 졸업장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얼마나 늘어나나=서울호서전문학교의 2008학년도 입학자 1200여 명 중 4년제·2년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온 학생이 120명이다. 2007학년도(96명), 2006학년도(63명)보다 많이 늘었다. 4년제 졸업·중퇴자도 2006년 40명, 2007년 47명, 2008년 51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147개 전문대가 소속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자료가 보여주는 추세도 비슷하다. 신입생 중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졸업자는 2005학년도 4780명에서 2006학년도 5250명, 2007학년도 534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도 4년제 대학을 다녔거나 졸업한 이들이 2006년 14%에서 2007년 20%로 늘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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